서울 노원구에 사는 안모(73)씨는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탄다. 지난달 31일 송년 모임에 참석한 안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귀가하던 중 창동 주민센터 사거리 도로에서 승용차와 부딪쳤다. 소주 1병을 마신 안씨가 보행 신호가 몇 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건널목을 건너려다 사고가 났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법 말고 다른 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전동 휠체어나 의료용 전동 스쿠터 등 전동 보장구(補裝具)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고령자 가운데 근력이 부족하다고 병원이 인정한 경우, 질병·장애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이 구입비의 80%까지 지원한다. 정부가 신규 구매나 수리를 지원하는 전동 보장구는 매년 1만대 내외다. 매년 수천 대가 새로 거리에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성바오로병원 교차로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70대 시민이 차도를 달리고 있다. 전동 휠체어는 인도로만 다녀야 한다.

전동 보장구는 현행법상 '보행자'다.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다녀야 한다.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전동 휠체어를 이용자 신체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전동 킥보드 등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동 휠체어 이용자 가운데는 차도(車道)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도심의 경우 인도가 좁고 행인이 많아 휠체어를 몰기 어려워서다. 차도로 내려와 저속으로 달리다 보니 사고도 연이어 일어난다. 지난달 22일 전남 곡성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1차선 도로를 달리던 70대 장애인이 1t 트럭에 치여 사망했고, 지난해 8월 충북 청주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차도를 달리던 70대 노인이 택시와 충돌했다. 일부 이용자는 술을 마시고 전동 휠체어를 모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가 늘고 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안전 교육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판매점에서는 이용자에게 전동 휠체어 조작법만 알려준다. 전동 보장구 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차도 운행 금지, 걷는 정도 속도로 운행하라고 안내하는 게 전부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전동 보장구 구매에 앞서 이용자들에게 안전 교육도 하고, 올바른 이용법을 알리는 캠페인도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도로교통령에 전동 보장구 이용자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만들어 야간 운행 시 반사 조끼 착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2002년부터 '전동 휠체어 안전 이용 매뉴얼'을 만들어 전동 휠체어 음주 운행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