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인(왼쪽), 펠로시 사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이 편지로 맞붙었다. 펠로시가 16일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하라"는 편지를 보내자,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가 해외 순방에 이용하기로 했던 군용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편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보낸 편지를 각각 공개했다.

두 편지가 나란히 공개되자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필 사인이었다. 펠로시 의장의 사인은 평범한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은 서체의 굵기가 다른 것보다 족히 4~5배나 굵은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트럼프 사인'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것은 그가 서명에 사용하는 펜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년필이나 볼펜으로 서명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샤피'라는 특정 브랜드의 사인펜만을 고집한다. 샤피는 1857년 만들어진 필기구 브랜드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샤피 사인펜 촉 끝부분 두께는 1㎜ 정도다. 일반 볼펜 촉보다 2~3배 굵다. 게다가 샤피 사인펜의 촉은 탄성이 있어 글을 쓸 때 옆으로 조금 눌려지기 때문에 글씨가 더 굵게 나온다.

원래 백악관에선 대통령의 서명용 펜으로 'AT 크로스'라는 미국 필기구 회사의 볼펜을 썼다. 이 회사는 1970년대부터 백악관에 펜을 납품해왔다. 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 펜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이 회사의 볼펜 150개를 주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볼펜을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그것(AT크로스 펜)은 끔찍한 펜이었고 매우 비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샤피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훨씬 더 낫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미국 기념품 숍에서 판매되는 전직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AT 크로스 볼펜은 250달러이고, 트럼프 대통령 사인이 새겨진 샤피 펜은 100달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도 샤피 펜으로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