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는 법령상 최상위 등급의 보안이 요구되는 '가'급 국가중요시설이다. 여기에 속한 공공기관은 청와대와 국정원 청사, 정부서울청사 등 7곳밖에 없다. 그런 대법원에서 지난 17일 8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청사 보안이 그만큼 취약했다는 것이다.

최모(81)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 30분 대법원 1층 안내데스크를 통해 청사에 들어왔다. 그는 일과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는 청사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시간대 이후부터 최씨의 동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 측이 그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물 내부에 방범 카메라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가 발견된 5층 비상계단 쪽에는 아예 방범 카메라가 없어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자들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였다. 모든 민원인은 대법원에 들어올 때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는다. 민원인이 모두 나가야 하는 오후 6시까지 신분증이 남아있다면 나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6일 대법원 청사 방호원들도 이를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민원인이 깜빡하고 신분증을 놓고 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판사는 "설마 했는데 대법원 청사 경비가 이 정도로 허술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