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미국인이 감독한 두 번째 루이비통 패션쇼
마이클 잭슨 오마주…'만국기 패션'으로 다양성과 화합 표현

”아니 태극기가 왜 거기서 나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에 태극기가 들어간 옷과 가방이 등장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튈르리 정원에서 2019년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가 열렸다.

이번 패션쇼는 지난해 3월 흑인 미국인으로 루이비통 최초의 남성복 총괄 디자이너로 임명된 버질 아블로(38)의 두 번째 루이비통 패션쇼로 주목받았다. 그의 첫 번째 루이비통 패션쇼 제품은 최근 일본 도쿄에 개장한 팝업스토어에서 판매가 시작됐는데, 발매 이틀 만에 슈프림 협업 컬렉션의 매출을 30% 넘어설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패션쇼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했다. 앞서 루이비통은 마이클 잭슨의 서명이 들어간 보석 장식 장갑을 패션쇼 초대장으로 배포한 바 있다.

첫 패션쇼에서 밝고 화사한 무지개색 무대를 선보인 것과 달리, 이번 패션쇼는 뉴욕 뒷골목의 어지러운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로 연출됐다. 회색, 검은색, 베이지색 등 차분한 색상을 적용한 단조로운 의상으로 시작한 패션쇼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작품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 나오면서 활기를 띠었다.

루이비통 남성복 총괄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만국기 패션’으로 다양성과 화합을 강조했다.

마이클 잭슨이 즐겨 착용한 반짝이 장갑과 그의 서명이 들어간 셔츠와 스웨터를 비롯해, 1978년 마이클 잭슨이 출연한 뮤지컬 영화 ‘더 위즈(The Wiz)’에서 영감받은 캐릭터가 그래픽으로 활용됐다. 또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Beat it’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빨간 재킷이 재해석되기도 했다.

쇼는 ‘만국기 패션’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태극기를 비롯한 전 세계 국기가 트렌치코트, 스카프, 가방 등에 사용됐는데, 그 모습이 지구촌의 화합과 다양성을 기렸던 마이클 잭슨의 노래 ‘We Are the World’를 연상케 했다.

다양성은 버질 아블로가 고수해온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패션쇼에서 무지갯빛 무대와 의상, 다국적 모델을 통해 브랜드의 여행 DNA와 연결된 다양성에 대한 세계관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도 흑인, 백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등장했다. 주름치마, 반투명 셔츠 등 성(性)의 고정관념을 파괴한 시도도 돋보였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한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패션쇼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Wanna Be Startin' Somethin'’과 함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