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박정현(35)씨는 경북 상주에 7000만원을 들여 '슬라임' 카페를 개업했다. 쫀득한 반죽 형태의 장난감(슬라임)을 직접 만들어 보는 카페다. 개업 직후에는 손님들이 3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이달 들어서는 하루 매출이 '0원'이 날이 많다. 지난달 21일 정부가 "시중 유통되는 슬라임 190개를 조사한 결과, 76개 제품에서 위험 물질이 검출됐다"며 리콜 조치를 발표한 이후부터다.
슬라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에 900여 개의 슬라임 카페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부가 리콜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서울대 환경보건연구소가 "시중 유통되는 슬라임 30개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25개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넘는 붕소가 검출됐다"고 했다. 붕소에 과다 노출되면 발육이나 생식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업주들은 "정부가 안전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유해물질이라는 점만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슬라임 카페를 운영하는 이병문(41)씨는 "검사를 통과한 재료여서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손님들이 휴대폰으로 슬라임 관련 기사를 찾아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을 요구하다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홍순파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안전과장은 "올해 이후 KC마크를 획득한 슬라임 완구들은 안전하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붕소 함유량 기준을 EU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는 것이다.
슬라임 유통 사업을 하는 이모(41)씨는 "문제가 있다고 리콜 조치된 저가 제품들과 KS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은 단가가 7∼8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자 슬라임소상공인협회는 협회 차원의 자체 상표를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18일에는 협회 가입사 외에도 300여 개의 슬라임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모여 비상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