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소상공인연합회를 방문한 홍남기 경제 부총리에게 소상공인 대표들이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보완해달라는 요청을 쏟아냈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주휴수당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고, 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장사를 접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현실적 측면에서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경제단체 간담회에서도 대한상의·경총·중기중앙회 회장들은 최저임금 적용 차등화를 요청했지만 홍 부총리 답변은 거의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였다. 그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중소기업 대표 13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지역 경제인들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호소했지만 문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마이크를 잡은 고용부 장관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자리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말이 반복해서 되풀이됐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만났는가.
정부가 강행한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충격을 그나마 완화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차등 적용이다. 이미 결정된 올해 인상률을 바꿀 수는 없지만 법을 고치면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는 가능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더 심각하게 체감할 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농어촌이나 소도시에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대부분 나라가 시행하는 보편적 제도이기도 하다.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국회 협조를 얻어 당장에라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렵다"는 영혼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차등화에 반대하는 노동계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연초부터 정부가 기업과 접촉을 부쩍 늘리고 있지만 겉모양뿐이다. 실제 정책은 여전히 현장 목소리와 담을 쌓은 채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 간담회에선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를 재개해달라는 요청이 나왔지만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전환 정책과 모순된다"며 거절했다. 기업이 투자 확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재검토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아예 답변조차 없었다. 이것을 소통·대화라 할 수 있나. 경제에 관심 있는 것처럼 보여주려는 '신년특집 경제쇼'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