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역시 류덕환”
OCN 장르물의 시작이자 9년째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신의 퀴즈: 리부트’가 지난 10일, 16부를 꽉 채우고 멋지게 퇴장했다. 4년 만에 초천재 의사 한진우로 돌아온 류덕환은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고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무한 신뢰와 칭찬을 얻었다.
15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신의 퀴즈: 리부트’ 종영 기념 인터뷰 차 류덕환을 만났다. 한진우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센스는 류덕환의 것이었고 연기와 작품에 대한 진중한 마음가짐은 보너스였다. 더없이 유쾌하고 소탈했던 그와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지난해 11월 14일 첫 방송된 ‘신의 퀴즈: 리부트’는 4년 만에 복귀한 천재 부검의 한진우(류덕환 분) 박사가 희귀병 뒤에 감춰진 비밀을 풀고 범죄의 진실을 해부하는 메디컬 범죄수사극이다. 지난 2010년 시즌을 시작해 장르물 명가 OCN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대표작이다.
이번에는 시즌5 대신 ‘리부트’라는 부제를 달았다. 류덕환의 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같이 보낸 ‘신의 퀴즈: 리부트’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 속에 4년 만에 안방에 돌아와 OCN 장르물 중 스테디셀러다운 마력을 뿜어냈다.
“‘신의 퀴즈’는 이상해요. 다른 작품을 마치면 ‘수고했다, 고생했다, 잘 끝났다’가 먼저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잘 지냈다, 잘 살았다’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올 수 있던 건 기존 팬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 덕분이죠.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게 분명히 있고 사람은 새로운 걸 원하기 마련인데 완전히 새로운 걸 하기엔 부담감과 위험부담이 컸죠. 회차별로 주인공들이 새로운 희귀병 얘기하는 걸 버릴 순 없었어요. 다만 16회를 한진우와 강경희(윤주희 분)만으론 끌어가긴 힘드니까 곽혁민(김준한 분), 소장(박준면 분), 현상필(김재원 분) 이야기로도 풀어냈다는 게 이전 시즌과 가장 차별화를 둔 점이에요.”
“캐릭터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저도 나이가 들고 한진우도 나이 들었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 연기하는 건 납득이 안 됐어요. 까불고 재밌는 모습은 어느 정도 할당량이 있었지만 존경하는 장교수님이 죽고 엄마와의 관계도 밝혀지고 2년간 숨어 지낸 한진우잖아요. 가족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온 상황이니까 마냥 즐거울 순 없겠더라고요. 아픔과 고민이 묻어나야 납득이 될 듯했어요. 그래서 한진우가 보여준 건 ‘장난을 안 쳐서 어른이에요’가 아니라 예전엔 어린 애처럼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장교수에게 질문했고 ‘사회는 왜 그럴까요’ 물기만 했는데 이젠 자신의 생각을 소장님, 경희한테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감정을 나누고 본인 생각을 얘기했죠. 자신의 철학을 갖고 사회를 바라보는 한진우로서는 미세하지만 굉장히 큰 변화였고 성장이었죠.”
OCN은 대표적인 장르물 명가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햇수로 9년째. 류덕환은 ’신의 퀴즈'의 중심축인 한진우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듯 연기해내며 시즌제 남주의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시즌1을 시작할 땐 본인이 시즌5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며 질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를 보며 취재진은 웃음을 빵 터뜨렸다.
“한진우를 연기하는 저는 부담감을 한번도 안 느꼈어요. 진우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한진우가 제겐 너무 버거워요. 어떻게 맡게 됐고 한진우를 제가 만들어가는 데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티나지 않도록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거침없고 본인 생각을 뚜렷이 말하고 빠르게 선택하는 친구니까 그를 연기하는 제가 우물쭈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무엇보다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나눠주니까 혼자 짊어지고 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매회 나왔던 배우들에게 늘 똑같이 말씀드려요. ‘신의 퀴즈’에 출연해주셔서 빛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모든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얘기드린답니다. 그런 캐릭터들이 한진우 캐릭터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래야 이야기가 풀리니까요. 늘 혼자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해요. 그런 생각할 타이밍도 없고요. ‘한진우=류덕환’이란 얘기에 문득 문득 턱 막힐 때가 있어요. 제가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애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연기하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한진우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요. 한진우는 늘 곁에 있는 분들 덕분에 사건을 해결하는 거고 저는 그런 한진우를 따라가기 바빴고 한번도 미치지 못했다고 봐요. 매년 설날처럼 오는 한진우가 여전히 너무 어렵습니다.”
류덕환은 한없이 겸손했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스스로를 못 믿는 건 아닌데 본인에 대한 칭찬과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점을 깐깐하게 가지는 것.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류덕환에게 무한 애정과 신뢰, 믿음을 보이고 있다. 그런 팬들의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다음 시즌에 대해선 학을 떼며 “절대 안 하겠다”고 엄살을 부리는 그다.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에 대해선 감사하단 말로 끝이 안 나죠. 시즌을 거듭할 수록 달라져요.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해서 베풀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언제는 부모 같고 형제 같고 언제는 진짜 친구 같은 시청자들로 느껴져요. 시청자들 모두에게 마음에 들 순 없고 ‘내가 사랑하는 주인공이 이런 선택을 하냐’ 이런 얘기 나오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죠. 맞아 싶다가도 9년 사랑해줘놓고 이건 이해 못해줘? 이런 마음까지요(웃음). 다만 이젠 비즈니스 마음을 떠나 계속 공존하는 느낌이에요. 그들이 같이 만들어준 이미지가 있으니까 ‘신의 퀴즈’ 시리즈가 완전체가 되는 느낌이랍니다.”
“시즌1 시작할 때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물론 그 때엔 제가 9년간 할 줄은 1도 생각 못했죠. 시즌1 4회 다 찍고 5부 찍을 때 첫 방송이 나갔는데 그 땐 장르물 드라마나 OCN 드라마에 대한 믿음이 없었고 망나니 같은 한진우가 주인공이라니 사람들이 의아해했죠. 이렇게 가볍게 보이는 역할을 관객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을까 모든 대처를 가볍게 하니까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접신 오듯 뭔가 왔어요. 그렇게 시작했고 저와 시청자들에게 운명처럼 잘 받아들여졌죠.”
이번 시즌에서 돋보인 새 캐릭터는 김재원이 맡은 현상필 역이다. 살기와 광기로 가득한 인물인데 홍콩 구룡 최대 조폭 조직의 넘버2로 잔혹함, 뛰어난 격투 실력, 최고의 브레인까지 갖춘 후계자 1순위다. 김재원은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악역으로 재탄생했다. 파격 비주얼에 거친 연기까지, 류덕환은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재원 형이 현상필 역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반가웠어요. 그럴 것 같지 않은 인물이 새로운 연기했을 때 더 크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 주시잖아요. 비주얼적으로 그런 목소리와 톤과 의상이라니. 재원 형이 큰 결심했죠. 감사할 따름이고요. 막판에 갑자기 친형처럼 한진우와 현상필이 만나서 민망하긴 했지만요(웃음). 원래 김재원 배우가 가진 선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강렬함과 카리스마로 연기하다가 울분이 나오니까 또 다른 연민이 느껴지지 않았나요?”
(인터뷰 2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셀위토크, 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