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삼성 이재용·SK 최태원에게 반도체 산업동향 물어
남북경협 상징 현대 그룹에 "결국 잘될 것, 속도 내겠다"
셀트리온 서정진 '주 52시간' 정책 직접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4대기업 총수와 남북경협, 바이오, 게임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의 대표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최악의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2019 기업인과의 대화’가 끝난 뒤 따로 시간을 낸 행사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2명의 대기업 대표, 39명의 중견기업 대표를 비롯한 기업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이들 중 9명과 별도로 시간을 마련해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한 기업인들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신영 회장)이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김의겸 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청와대 영빈관 앞에서 출발해 본관 소나무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간을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경협과 관련,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며 "뭔가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며 "속도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반도체 산업 동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삼성의 공장 또는 연구소를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최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농담을 건냈고,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서정진 "주 52시간 정책해도 연구원들 집에서 일해"
문 대통령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에게 바이오 산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서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이지만 가운데 한국이 10조(원) 정도밖에 못한다"며 "삼성 등이 같이 하면 몇 백 조는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서 회장에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못한다. 그냥 포기한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에 서 회장은 "대통령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전문가들은 부작용 때문에 약을 잘 안 먹는다.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화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종로구 일대의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산책을 했다. 산책 도중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운을 땠고, 이재용 부회장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며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구광모 회장에게 공을 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구 회장은 이에 "그렇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