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출신 패션 디자이너 하용수(본명 박순식·69·사진)씨가 암 투병 중 지난 5일 별세했다. 고등학교 때 '코카콜라' 모델로 연예계와 연을 맺은 하씨는 한양대 행정학과를 다니다 1969년 TBC 공채 탤런트 7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 '혈류'(1972)를 시작으로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남사당'(1975), '게임의 법칙'(1994)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하씨가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건 1974년 진태옥 패션쇼 연출을 맡으면서다. 뮤지컬 같은 연출로 주목을 받으면서 패션쇼 디렉터로 각광받았다. 1985년엔 고가(高價) 브랜드 '파라오', 1986년엔 '베이직'을 연이어 내놨다. 패션 기업인 보성 총괄 고문을 맡으면서 '닉스' '쏘베이직' 같은 캐주얼 의류도 히트시켰다. 영화 '사의 찬미'(1991)로 대종상 의상상을 받았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선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배우 이정재를 발굴했고, 최민수·오연수·예지원 등 유명 배우들이 일명 '하용수 사단'으로 분류됐다.
1997년 회사 부도로 한국을 떠났던 그는 3년 전 자서전을 내며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영화 '천화'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소셜 미디어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인 내게 열정의 아티스트들과 호흡하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유족은 아들 태양씨. 빈소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이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 (02)797-4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