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왕년의 스타들이 오랜만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추억을 되살렸다.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본경기를 앞두고 역대 올스타 3대3 이벤트 매치가 열렸다.
여자농구 경기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것은 2011년 4월 1일 챔피언결정전 이후 7년 9개월 만이다. 올스타전은 2005년 8월 19일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현역 코치들과 역대 올스타 선수들이 13년 만에 장충에서 열리는 '별들의 잔치'에서 코트를 누비며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역대 올스타 3대3 이벤트 매치는 핑크스타와 블루스타로 나뉘어 대결을 펼쳤다.
핑크스타에는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 박정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부장, 이미선 용인 삼성생명 코치, 유영주 전 구리 KDB생명 코치, 이종애 전 삼성생명 선수가 포함됐다. 블루스타는 정은순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정선민 인천 신한은행 코치, 최윤아 신한은행 코치, 김영옥 전 청주 KB국민은행 선수, 김경희 전 KDB생명 선수가 팀을 이뤘다.
박정은 부장은 장충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2005년 당시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다. 이미선은 초대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인 2002년 MVP에 올랐고, 이종애는 2010~2011시즌 올스타전 MVP였다.
정은순 위원은 2007~2008시즌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고, 김영옥은 2004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MVP를 품에 안았다.
현역 선수들이 아닌데다 3대3 농구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박진감은 다소 떨어졌다. 경기 초반 5대5 농구와 달리 짧은 공격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영주는 3점슛을 시도하다 정은순에 블록을 당하기도 했다. 3점슛이 림에서 크게 벗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역대 올스타들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며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갈수록 감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전주원, 이미선, 김영옥이 2점슛(5대5 농구 3점슛)을 터뜨리며 전성기적 슛 감각을 뽐냈다. 박정은도 질세라 2점포를 꽂아넣었다.
이종애도 전성기적처럼 골밑에서 든든함을 자랑했다. 출전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윤아는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자랑하며 코트를 누볐다. 김영옥도 현역 시절 못지 않은 날렵한 움직임과 체력을 뽐냈다.
체력도 예전같지 않았지만, 역대 올스타 선수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관중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경기 결과는 핑크스타의 승리였다. 핑크스타는 15-10으로 블루스타를 꺾었다.
핑크스타의 이미선, 박정은이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6득점을 올렸다. 블루스타에서는 김경희가 5점, 김영옥이 4점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전주원은 2득점에 그쳤으나 8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고, 1득점만 성공한 이종애도 리바운드 6개를 잡았다.
경기 후 왕년의 스타들은 오랜만에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에 행복함을 드러냈다. 장충체육관이 리모델링 되면서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옛날 추억도 떠올렸다.
이미선 코치는 "연습을 안해 못 뛸 줄 알았다. 언니들이랑 하니 자연스럽게 옛날의 플레이가 나왔다"며 "장충에서 프로 첫 경기를 뛰었는데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났다. 체육관이 바뀌어서 옛날 느낌은 아니지만 고향에 온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은순 위원도 "너무 힘들고 슛도 안 날아가는데 기분은 좋았다. 옛날에 했던 선수들이 모여 같이 뭔가를 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다만 천장에 색동이 있는 장충의 트레이드 마크가 사라지고, 넓어지면서 옛날 느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농구를 하면서 중학교 1학년 때 가장 큰 경기를 한 곳이 장충체육관"이라며 추억에 젖었다.
최윤아 코치는 "장충에서의 마지막 경기에 뛰었었다. 7, 8년 만에 왔는데 경기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너무 달라져 놀랐다"며 "열심히 안하면 안되니 열심히 했다. 금방 끝나긴 했는데 오랜만에 언니들과 승패를 떠나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리웠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박정은 부장은 "중·고등학교, 프로 리그를 하면서 장충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리모델링 되면서 옛날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장충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가슴이 뭉클하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이곳에서 많은 추억이 있었던 선수들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멤버들이 같이 뛰는 것 자체가 다시 있을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이전에 다른 3대3 대회를 준비하면서 파트너를 해주다가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오늘 장충에서 언니들과 뛰어보고 싶어서 7년 만에 테이핑을 하고 나왔다"며 "이 시간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다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렸으면 하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최윤아 코치는 "이런 좋은 경기장에서 다시 여자농구 경기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박정은 부장은 "어쩔 수 없이 임시로 빌려 올스타전을 치르지만, 여자농구 경기도 여기서 했으면 좋겠다. 여자농구가 여기서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탈환하고 싶다. 뛰어보니 욕심이 더 생긴다"며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잇는 위치라 여자농구를 알리고,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농구 위기를 장충체육관을 탈환하면서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