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배우 겸 패션디자이너 하용수(사진·68)씨가 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하씨는 이날 새벽 4시쯤 경기도 양주시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서울대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았으나 담도 등으로 암세포가 전이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요양병원으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는 고등학교 때 코카콜라 모델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대학 1학년 시절 친구 따라갔던 오디션에서 박카스 모델로 또다시 발탁됐고, 1969년 TBC 공채 탤런트 7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혈류’, ‘별들의 고향’, ‘물보라’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고 하용수(왼쪽)씨와 배우 이정재(오른쪽). 고인은 “배우 이정재의 데뷔 전 프랑스 니스 비치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전했다.

"‘혈류’라는 영화에서 신인 배우를 뽑는다기에 직접 전화를 걸어 배우 지망생인데 사장님 좀 뵙자고 했죠. 그러고 보면 내가 참 당차긴 했던 거 같아요. 무대 딱 한 번 서 봤을 뿐이고 연기도 제대로 안 해봤는데 카메라 앞에서 공포가 없는 거예요. 난 인생 모토가 그냥 ‘I Can Do, I’m not worry(난 할 수 있어. 걱정 안 해)’였어요" 고인은 2014년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 하용수(가운데)씨는 생전 톱스타들과의 친분이 두터웠다. 사진 왼쪽 배우 오연수, 오른쪽은 이정재.

하씨는 1974년 진태옥 디자이너 패션쇼 연출을 맡은 것을 계기로 패션계에도 진출했다. 의류업체 베이직을 설립하고 닉스, 클럽 모나코 등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영화에서 의상감독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의 찬미’로는 1991년 제3회 춘사영화제, 1992년 제3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각각 의상상을 받았다. 대종상 의상부문 첫 수상자가 하씨였다.

연예 기획자로도 남다른 감각을 발휘했다. 그는 이정재, 최민수, 이미숙, 주진모 등을 발굴해내며 ‘대중문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많은 스타를 자신의 손으로 배출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매니지먼트 기업 ‘블루오페라’를 운영했고, 주진모와 예지원에겐 활동명을 직접 지어줬다.

영화 ‘천화’에서 치매노인역으로 열연을 펼친 하용수씨.

고인은 1997년 경제 위기 속 베이직이 부도가 난 후 한국을 떠났다가 2016년 자서전 ‘네 멋대로 해라’를 내놓으며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천화'로 2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하용수는 이 영화에서 치매노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고인의 장례는 오는 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용산구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 양주시 하늘계단이다.

고인이 배우 안성기(오른쪽)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