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치 유세이가 4일(한국 시각)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식에서 포즈를 취했다.

"제 투구에만 집중하겠습니다(focus on my pitching)."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 겸업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일본 좌완투수 기쿠치 유세이(28)가 답하자 좌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4일(한국 시각) 열린 기쿠치의 미 프로야구(MLB)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의 야구 실력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영어 실력이었다.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기쿠치는 "안녕하십니까. 기쿠치 유세이입니다. 오늘은 저와 제 가족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15세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동경했고, 오늘 꿈을 이뤘습니다"라고 영어로 또박또박 인사했다. 그는 MLB를 꿈꾼 고교 시절부터 틈틈이 영어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 프로야구(세이부 라이온스) 시절 땐 동료 외국인 선수와 자주 대화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기쿠치는 이날 미국 기자의 질문엔 모두 영어로 답했다. 전체 기자회견 40여 분 중 절반이 그랬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 무기라고 소개했고, 위키백과를 보며 시애틀 도시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역을 동반했지만 영어 질문을 최대한 알아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고, 기자와 눈을 마주쳤다. 구체적 부연이 필요할 때만 양해를 구하고 일본어로 답했다. 기쿠치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이 시작된 기자회견 후반에서야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썼다.

MLB에 진출한 일본 선수가 영어 기자회견을 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2001년 빅리그에 데뷔한 스즈키 이치로(46)도 평소 동료와 영어로 의사소통하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언론 인터뷰 땐 통역을 거친다. 일단 야구 실력이 중요하다며 영어를 따로 배우지 않는 선수도 있다. 제리 디포토 매리너스 단장은 "기쿠치가 뛰어난 선수란 건 알았지만 오늘 그의 영어 인터뷰는 감탄스러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기쿠치는 "부족한 내 영어에 죄송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모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쿠치는 2011년부터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며 73승46패(평균자책점 2.77)를 기록했고 지난 3일 매리너스와 최대 7년, 총액 1억900만달러(약 1226억원)에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