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1호 태풍 ‘파북(Pabuk)’이 상륙한다는 소식에 태국 남부 해안지방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파북은 1일 오후 3시쯤 베트남 호치민 남동쪽 약 640km 남중국해 상에서 발생한 열대성 태풍으로 태국 남부를 향해 북상 중이다. 태국에 열대성 태풍이 상륙하는 것은 57년전인 1962년 상륙해 9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해리엇(Harriet)’ 이후로 처음이다.
태국 기상청에 따르면 1월 4일 오전 7시(현지 시각) 태풍 파북은 나콘시탐마랏(Nakhon Si Tammarat)주에서 동남쪽 150km 떨어진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대 시속 80km의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중형태풍 파북은 4일 밤쯤 남부 해변으로 상륙해 버마해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태국 기상청은 "나콘시탐마랏 주(州)와 수랏타니 주 등 태국 남부 지방은 4일부터 6일까지 파북의 영향권에 들면서 넓은 지역에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이라며 "일부 지방에는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한 폭우가 퍼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거센 비가 내리며 홍수가 일어나거나 교통이 막힐 수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를 스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짠오차 총리는 "폭우가 예상보다 심할 경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태풍 파북이 직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콘시탐마랏 주는 이미 해안 주민 3만명에게 긴급명령을 내려 대피소로 피신하게 했다. 지방 공무원과 군인을 총동원해 대피작전을 벌였다. 나콘시탐마랏 주지사는 현지 언론에 "우리는 태풍이 상륙하기 전에 위험 지역 거주민들을 전부 대피시킬 계획"이라며 "(태풍으로)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나콘시탐마랏 주의 북쪽에 있는 수랏타니 주도 태풍의 직접적 영향권이다. 태국수자원공사는 수랏타니 지방에 이미 매일 200~300mm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수랏타니 주는 태국의 주요 관광지인 코사무이와 코팡안이 자리한 지역이다.
신혼여행지로도 각광받는 코사무이 섬에 있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은 발이 묶였다. 바다에 최대 5m의 높은 파도가 치고 있어 여객선 운행이 중단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일 코사무이 해변에서 러시아 관광객 한 명이 거친 파도에서 서핑을 하다 익사했다고 전했다.
태풍 파북이 다가온다는 공포에 사람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열을 올렸다. 관광객이든 현지인이든 상점마다 몰려가 고기·채소·의약품 등을 싹쓸이했다. 코사무이섬의 한 상점 주인은 "순식간에 가게에 있던 채소가 동났다"며 "나도 집에 음식을 잔뜩 비축해뒀다"고 태국 방콕포스트에 말했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은 유류를 가득 채우고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태국 당국은 태풍 ‘파북’이 1989년에 400명의 사망자를 냈던 태풍 ‘가이(Gay)’ 이래로 최악의 태풍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앞서 1962년 태국 남부 지방에 상륙한 열대성 태풍 해리엇은 900명 넘는 사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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