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우병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강남구 자택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있다.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 우 전 수석은 웃으면서 “가족들 봐야죠”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 오른쪽은 이정국 정강건설 대표.

"하하하. 가족들 봐야죠."

384일 만에 석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집 앞에서는 웃었다. 시각은 3일 밤 12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석방된 지 30여 분 만이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는 굳은 얼굴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주차장부터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재판 과정에 억울함이 없으시냐"고 묻자 "아유, 1년 만에 집에 왔는데. 가족들 만나야죠. 구치소 앞에서도 한마디도 안 하고 왔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차 "이제부터 뭐 하실 거냐"고 질문하자 "하하하. 가족들 봐야죠"라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석방 직후 동행하던 인물은 정강건설 이정국 대표였다. 이 대표는 우 전 수석 집안의 ‘집사’ 역할을 해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정강건설은 우 전 수석 처가의 ‘가족회사’다. 몸 상태를 묻자 이 대표가 대신 답변했다. "1년 만에 (집에) 왔는데 힘들죠."

3일 새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자택 앞에 도착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량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앞선 이날 밤 12시 7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한 지지자가 건넨 분홍빛 안개꽃 다발을 안아 들었지만,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후 곧장 대기하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달렸다. 서울구치소 삼거리 갓길에서 우 전 수석은 변호인 등과 10여분간 대화를 나눈 뒤 자택으로 향했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눈 것으로, 변호인의 통상적인 업무"라고 설명했다.

3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한 지지자가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탄 제네시스 차량은 우면산터널 인근에서 갑자기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고 시속 150km. 서울 시내에 진입한 뒤부터는 지그재그 운행을 시작했다. 중앙분리대가 나오면 좌측으로 가려다가 돌연 우측으로 바꾸는 식이었다. 차량이 거의 없는 시간임에도 서울 반포대교 부근에서 여러 차례 차선을 바꿨다. 취재 차량 몇 대가 따라붙었지만 대부분 도중에 우 전 수석의 차량을 놓쳤다.

3일 새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웃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이윽고 자택에도 불이 켜졌다. 우 전 수석이 받은 ‘안개꽃 다발’은 3분여 뒤 운전기사가 품에 안고 집 안으로 옮겼다.

우 전 수석은 2017년 12월 15일 구속된 이후 384일 만인 이날 새벽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우 전 수석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는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방조 혐의로 작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불법 사찰 혐의로 작년 12월 징역 1년 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형량을 모두 합치면 징역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