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패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음반 계약’을 맺고 가수로 나섰다.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 근처인 더반시(市)는 남아공 저항가요를 보존하겠다며 주마 전 대통령의 음반을 공금으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남아공 현지 매체 더사우스아프리칸에 따르면, 주마 전 대통령과 더반시 문화국은 주마 전 대통령과 저항가요 음반 계약을 맺었다. 더반시가 속한 콰줄루나탈주(州)는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또 그에게 가장 많은 정치적 지지를 보냈던 곳이다.

부패 혐의로 물러난 제이콥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가운데)이 2018년 12월 30일 더반시와 저항가요 음반을 계약해 남아공 사회 논란을 일으켰다.

뎀빈코시 은코보 더반 문화국장은 "남아공 저항시대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주마 전 대통령과 음반 계약을 했다"면서 "주마 전 대통령은 올해 4월 그가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흑백 인종분리 정책) 저항기때 부른 가장 유명한 저항가요 애창곡들을 라이브로 녹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마 전 대통령의 가수 데뷔는 극렬 반대에 부딪혔다. 남아공 제1야당인 백인계 민주동맹(DA)의 니콜 그레이엄 의원은 "부패한 전 대통령이 ANC(아프리카민족회의) 투쟁가를 부르는 것이 더반시 주민들에게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며 "민주동맹은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즈와클레 음크왕고 민주동맹 더반지부 대표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더반시의 자원은 실제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가능성에 투자돼야 한다"면서 "시 당국은 음악계에서 잘 나가보려고 노력하는 부패한 전 대통령에게 돈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젊은 아티스트들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은코보 문화국장은 "저항가요에 대해 녹음이나 영상으로 남은 기록이 전무한 상태라서 누군가 당대의 감정과 문화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 음반을 만들 계획이었고, 주마 전 대통령은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주마 전 대통령이 1980~1990년대 실제로 저항가요를 즐겨부르며, 또 잘 부르기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장벽을 무너뜨린 ‘국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으로부터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물려받은 후계자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반대투쟁으로 10년간 투옥된 바 있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수백건의 무기거래 뇌물수수, 돈세탁 관련 비리 의혹에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