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쪽으로 달리면 태평양 바다에 연한 쇼난(湘南) 지역에 이른다. 여기에 축구장을 세로로 세워 놓은 정도의 유리 건물 다섯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널찍한 복도가 이 건물들을 관통해 연결돼 있다. 일본 제약회사 다케다제약이 세운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다. 연구동 규모가 아시아 최대다. 2018년부터 각종 의료·과학 벤처들이 들어와 연구·개발 공동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가 자라고 있다. 세계 최초 iPS 세포 개발로 2012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연구팀이 이노베이션 파크 핵심 부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야마나카 교수는 세포 치료제와 이를 통한 신약 개발에 10년간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다케다제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6년부터 교토대 연구진이 본격적으로 대거 이곳으로 옮겨와 공동 연구소 '티사이라(T-CiRA)'를 차렸다. 다케다의 영문 이니셜 T와 교토대iPS연구센터(CiRA)를 합친 산학(産學) 연구소다.

일본 언론은 이를 '일대 사건'으로 평가한다. 어느 나라에서건 통상 제약회사 연구진이 대학에 들어가 공동 연구를 하지 대학팀이 제약회사 들어가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것도 노벨 의학상을 탄 연구팀이…. 이에 대해 야마나카 교수는 "신약 개발은 속도전"이라며 "제약회사와 공동 연구를 해야 어떤 것이 신약 개발에 필요한지를 빨리 알게 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S 세포 치료 실용화를 제약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다케다제약은 현재 연 매출 18조원에 이르고, 전 세계에 3만2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다.

야마나카 교수는 당뇨병·심장병·면역항암제·신경 질환 등 6개 신약 프로젝트를 세우고, 교토대 연구진에 주(主) 연구자를 맡겼다. 다케다 연구진은 부(副)책임자를 맡았다. 그는 매달 한두 번 이곳을 찾아 진척 상황을 직접 챙기고 연구를 독려한다. 다케다제약의 재생 의료 글로벌 헤드(head)가 프로젝트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뒤를 받치는 산학 총력 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