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인사(人事)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5월 'KT&G 인사 개입 문건'을 외부에 제보했다가 사직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공개했다. 당시 문건 유출을 조사한 청와대 특감반이 디지털 정보 분석(포렌식)으로 복구한 기재부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록에는 "차관이 (윗선에서) 받아와서 (인사 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정부는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역시 내로남불이었고 이는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실상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것 역시 내로남불이다.

신 전 사무관은 "(KT&G 인사 개입 무렵) 민영화된 민간 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차관이) 지시했다"며 해당 기업이 'KT와 포스코 등'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4월 포스코 회장은 돌연 사표를 냈고 KT 회장은 20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포스코와 KT, KT&G는 정부가 단 한 주(株)의 주식도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순수 민간 기업이다. 여기에 정부가 인사 갑질을 했다는 증언이 계속돼도 청와대는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만 내민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이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KT에 특정 인사를 임원으로 앉히라고 했다는 혐의도 모두 강요죄가 인정됐다. 현 정권도 같은 일을 했다면 감옥에 가야 한다.

이 정권은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 민간 기업 인사 개입 정황 등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는 몰랐다'고 한다. KT&G 인사 개입과 관련한 기재부 직원들의 대화록에는 "(위에서) 메일을 다 지우라고 한다" "위에는 보고가 안 된 것으로 (하라)"라는 얘기가 나온다. "주무관한테 덤터기" "사무관한테 독박"이라는 내용도 있다. 조직적 은폐 시도 아닌가. 그런데도 기재부는 "윗선과 상의 없이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이 담긴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똑같았다.

신 전 사무관 폭로에는 또 다른 심각한 내용이 있다. '청와대가 기재부 반대에도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전 정권을 감옥에 보낸 것도 모자라 부채 규모를 더 키우려고 숫자 조작까지 기도했다는 것이다. 이 폭로에도 기재부는 "법적 대응"을 거론했다. 이 정부는 불법 의혹만 불거지면 '미꾸라지'와 실무자들 소행이라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신 전 사무관은 30일 "나도 촛불을 들었다. 바뀐 정권은 무언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똑같았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