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솟구치질 않는다. 배우 도경수(25)는 쉽사리 출렁이지 않는 물결 같다. 지금껏 8편의 영화와 5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가 크게 울거나 우는 장면을 보기란 쉽지 않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로 데뷔할 때부터 "과묵한 아이돌"로 유명했던 그다. 팬들이 지어준 별명도 그래서 '알모경'. '알다가도 모를 도경수'라는 뜻이다. 이 과묵한 청춘 배우는 그만큼 그가 정(靜)에서 동(動)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기민하게 확장시킬 줄도 안다.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그가 보일락 말락 하게 웃을 때 시청자는 로맨스를 예감했고,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에서 주인공 로기수가 발을 까닥거리는 순간이 곧 하이라이트임을 관객이 직감했다. 도경수라는 배우가 미세한 몸짓으로도 클라이맥스를 빚어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스윙키즈'가 지난 27일 개봉 9일 만에 관객 100만명을 넘겼다. 경쟁 작품에 비해 적은 수의 스크린으로 출발했고, '범블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공세가 거세지만, 입소문으로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은 "도경수가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냈다"고 말했다.
◇과묵하고 묵직한 클라이맥스
관객 1400만명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도경수가 맡은 역할은 군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소위 '관심사병' 원일병. 대사가 많지 않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가 끓어오르는 지점을 맡는 것이 원일병이다. 원일병이 실수로 쏜 총성 한 발로 영화가 급물살을 타기 때문이다. 2016년 영화 '형'도 비슷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조정석이 맡은 고두식. 조정석이 화려한 애드리브와 몸개그로 관객을 흔들 때 도경수는 곁에서 묵묵히 얘기를 듣는 동생 고두영을 연기했다. 들떠 있기보단 묵직하게 상대방을 받아주는 배우. 도경수는 그렇게 의외의 무게중심으로 극을 이끌어왔다. 이 침착한 배우가 천천히 감정을 쌓아 터트릴 때의 효과는 그래서 더 크다. 영화 '형'에서 고두영이 유도 경기 도중에 "형!"을 외치며 울부짖을 때가 그렇고, 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가 "탭댄스라는 거이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것이더만"이라고 입을 떼며 발목을 움직일 때가 그렇다. "난 구르고 싶지 않다. 이대로 있어야겠다."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주인공 원득의 이 고백 역시 참으로 무뚝뚝했으나 그 무심한 대사 톤에 여성 시청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탄력 넘치는 고무줄처럼
"너 솔직히 보이지?" 영화 '형'에서 도경수가 연기한 시각장애인 고두영이 형 고두식을 엎어치기로 넘어뜨리자 두식이 외친 말이다. 표정은 함축적이지만 동작만큼은 유연하고 큼직큼직한 것도 도경수의 특징. 춤으로 다져진 아이돌 가수 출신이기에 가능한 영역이다. 도경수가 "아이돌임에도 연기를 잘한다"가 아닌, "아이돌 출신이기에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윙키즈'에서 그는 즐거울 땐 동작을 크게, 답답할 땐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신의 격렬한 감정을 눈물이나 웃음이 아닌 춤으로 그려냈고,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루게릭병으로 몸이 굳어져 가는 장면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친숙한 감정은 친숙한 동작으로, 낯선 감정은 낯선 동작으로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이미 깨친 이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