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문인 소동파(1037~1101)가 그린 수묵화 '목석도'가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670억원에 낙찰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소동파 그림은 두세 점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안평대군(1418~1453)이 떠올랐습니다. 세종의 셋째 아들인 그는 조선 최고의 미술품 컬렉터라 할 만합니다. 안평대군은 소장 작품이 훗날 사라질 것을 우려하면서 신숙주(1417~1475)에게 목록 정리를 부탁했습니다. 신숙주 문집 '보한재전서'에 컬렉션 목록과 작품의 특징이 전합니다.
소동파 작품도 당연히 있지요. '풍죽도' '설죽도' '춘죽도' 등 그림 3점과 글씨 1점이 있습니다. 신숙주는 "필력이 고상하고 기운이 있어 화가의 풍격을 뛰어넘는 점이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 밖에도 왕유(699~759)의 '산수도' 등 중국 작가 작품과 '몽유도원도'를 그린 당대 화가 안견의 그림 수십 점 등 모두 222점이 목록에 있습니다. 모두 국보가 될 만한 진품(珍品)입니다. 경매에 나오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일 터이고요.
안평대군 컬렉션은 어디로 갔을까요. 연년생 형 수양대군에게 정치적 패배를 당했을 때 안평대군 집에는 '괴이하고 신비한 글'이 많았답니다. 수양대군이 다 태워버리라고 했다네요(단종실록 1년 10월 25일). 그래도 누군가 빼돌려 아직 어느 집안에 전하는 작품이 있지 않을까요?
심경호 고려대 교수는 올해 3월 안평대군 평전 '안평'(알마)을 냈습니다. 1224쪽 대작입니다. 엊그제 '한국출판문화상'(편집 부문)을 받았다는 소식에 다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