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회 동방경제포럼’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드카로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 앞에 화이트 와인도 보인다. 이들은 사실 보드카와 와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중국 백주인 멍즈란을, 푸틴 대통령은 독일 맥주를 좋아한다.

중요한 중국 사업가와의 만찬 자리. 당신은 어떤 술을 준비할 것인가.

과거 중국 3대 명주는 마오타이, 수정방, 우량예.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시대 지금이라면? 멍즈란(夢之籃)이다.

주류 브랜드 '양하대곡'에서 최고급 백주 시장을 겨냥해 만든 술이다. 모든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해 마오타이처럼 가짜가 많지 않다고 한다. 시진핑이 즐겨 먹는 술로 알려지면서 별명은 '주석의 술'. 멍즈란은 하늘보다 넓은 남자의 꿈이란 뜻으로, 크게는 중국의 꿈을 담고 있다. 이 이름이 시 주석이 주장하는 '중국몽'과 일맥상통해 즐겨마실 뿐만 아니라 내부 행사에도 자주 쓰인다는 것. 도수에 따라 40.8~52%, 품질에 따라 M1, M3, M6, M9 등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비싸다. 코트라 난징무역관 측은 "징동닷컴에서 300~3000위안(약 5만~50만원) 선으로 구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멍즈란이 시 주석의 술로 떴다면, 사케 '닷사이(獺祭)'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술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도 등장한 술이다. 아베의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의 아사히 주조에서 만드는 술이다. 이 지역이 술로 유명한 지역은 아닌데, 닷사이만 명주로 분류된다. 최근엔 아베의 술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닷사이는 정미율(쌀을 깎고 남은 비율) 기준으로 23%, 39%, 50% 세 종류가 있다. 가장 비싼 건 정미율 23%. 쌀의 77%를 깎고 남은 걸로 술을 만들었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 원심분리기까지 구입했다고 한다. 현지 면세점에서는 5000엔(5만원) 정도에 구입 가능하다.

중국 주석이 백주, 일본 총리가 사케라면, 독일 총리의 사랑은 맥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6년 맥주 순수령(맥주 제조에는 보리와 홉, 물 외에 어떤 것도 사용돼선 안 된다) 선포 5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맥주를 마시면서 정부를 욕하는 것은 사람들의 기본 욕구"라며 "맥주가 없는 사람에겐 마실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메르켈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드레스덴 지역의 전통 맥주 '라데 베르거 필스너'로 알려졌다. 독일 초대 총리인 비스마르크가 사랑했던 맥주다.

메르켈만큼 맥주를 사랑하는 해외 정상은 누구일까. 의외로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젊은 시절 독일에서 KGB 요원으로 오래 일한 경험 때문인지 독일 맥주를 좋아한다고 한다.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하지 않아 보드카를 화분에 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 대통령은 과연 와인을 좋아할까? 당연하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으로 보르도 지역의 화이트 와인과 프로방스 지역의 로제 와인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마크롱은 "나는 '와인은 (노화를 막는) 항산화제'라고 믿는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밝히기도. 그렇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은? 샹파뉴 지역의 삼페인, 보르도 지역의 레드 와인, 부르고뉴 지역의 화이트 와인, 론 지방의 레드 와인이다.

마크롱만큼 보르도 레드 와인에 대한 애정이 높은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한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한 끼 식사 때 보르도 10병을 모두 비울 정도라고.

그럼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해외 정상은 누구일까. 꽤 알려졌지만, 술을 매우 잘 마실 것 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형인 프레드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이후 오직 다이어트 코카콜라만 마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