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팩 수입 잠정세율 폐지...관세 8%에서 12%로
중국내 생산능력 충분...전기차 홍색공급망 구축 가속
중국이 새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과 팩의 수입관세를 현행 8%에서 12%로 3%포인트 올린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생산원가 절감 차원에서 적용해온 잠정세율을 폐지하고 이보다 세율이 높은 최혜국 세율을 다시 적용하기로 한 탓이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배터리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홍색공급망이 구축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재정부는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의 심의와 국무원 비준을 통과한 일부 수출입 관세 조정안을 새해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매년 12월마다 이뤄지는 수출입 관세 조정은 2016년 말에 발표한 2017년 적용분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잠정세율을 적용하는 수입제품을 줄였다. 2018년분의 경우 948개 수입제품에 잠정세율이 부과됐지만 새해에는 706개로 25.5% 줄이기로 한 것이다.
수입 잠정관세율 대상에 오르면 최혜 통상국에 부과하는 세율 대상 제품이라도 우선적으로 잠정관세율이 부과된다. 통상 잠정관세율이 최혜국세율 보다 낮다. 따라서 중국은 매년 잠정세율 대상을 조정하는 식으로 특정 제품의 수입관세를 조정한다.
♢전기차 홍색공급망 구축 시그널
재정부가 발표한 새해 수입 잠정세율 리스트와 올해 적용된 리스트를 비교한 결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과 팩에 대한 잠정세율 항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셀은 8%, 이를 조립해 만든 배터리 팩은 10%의 잠정세율이 적용됐었지만 새해 수입분 부터는 최혜국 세율인 12%를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다.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생산한 배터리팩을 일부 수입해온 BMW와 아우디 같은 고급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원가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며 "중국 자체 배터리 생산능력이 커져 굳이 낮은 수입관세를 적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에서부터 완성품까지 중국내에서 모두 해결하는 홍색공급망이 전기차 산업에서도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재정부가 수입관세 조정의 배경으로 수입의 적극적인 확대와 수입의 제도적 비용 인하를 비롯해 공급측 구조개혁 지원을 꼽은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2년 넘게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보호주의 조치로 토종 배터리 업계를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선정하는 중국 공업신식부 먀오위(苗圩) 부장(장관)은 지난 10일 푸젠(福建)성 닝더(宁德)시에 있는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를 시찰하고 기술혁신과 생산경영 방면의 최신 진전과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었다고 공신부가 전했다. 이 시찰 소식을 전한 공신부 사이트의 글은 닝더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닝더시 당서기로 근무했다.
UBS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설립돼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급성장한 CATL의 생산능력은 작년말 17.09GWh에서 올해말 31.5GWh로 확충될 예정이다. 중국 폴란드 미국 등 3개 해외국가에 생산기지를 갖춘 LG화학의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18GWh에서 34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두 대체사료 수입관세 폐지 등...전략적 조정
중국은 이번 수출입 관세 조정을 통해 일부 약품 생산 원료와 목화씨깻묵, 해바라기깻묵 등 이른바 대체사료의 수입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대체사료의 수입관세 철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이 급감한 현실을 감안해 사료 공급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보인다.
모니카 투 상하이JC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비 오는 날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미국산 대두는 아직 국유 기업들만 사고 있어 상업적 구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대안 사료 수입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두를 대체할 수 있다. 관세 철폐로 선택지가 더 생기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중국은 또 화학비료 철광석 콜타르 목재펄프 슬래그 등 94개 제품에 대한 수출 관세도 새해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자원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새해 3월1일까지 진행될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출입 교역 활성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23개 국가와 지역의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협정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과 한국 뉴질랜드 등 8개 국가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되는 상품은 새해에도 협정 대로 추가 관세인하가 이뤄진다.
홍콩과 마카오산 상품도 종전에 중국과 맺은 협약에 따라 새해부터는 수입관세는 전면 폐지된다.
중국은 앞서 지난 11월 1일부터 기계 섬유 건자재 종이 등 1585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평균 수입관세율이 9.8%에서 7.5%로 낮아졌다.이는 최혜국 세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최혜 통상국에 부과한 평균 수입관세율은 3.4%였다.
중국은 새해 7월부터 298개 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최혜국세율을 4번째 인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4개 정보기술 제품은 잠정세율이 폐지되고 최혜국 세율 적용을 받는다.
재정부는 시 주석이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개방을 더욱 확대하라고 지시한 정신에 따라 이번 수출입 관세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수입관세 확대라기 보다는 전략적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필요에 의해서 관세를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19~21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에 작년에 언급한 수입관세 인하 대목을 뺀 반면 교역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수출시장을 다원화하고 수입의 제도적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전방위 개방을 추진한다면서 상품 개방에서 규칙 등 제도형 개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특정 수입상품 관세 인하보다 독자 진출이 가능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식으로 제도 변경을 통한 개방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