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무용 연구가

삼고무가 논란에 휩싸였다. 삼고무는 북을 세 개 두고 추는 춤. 전통춤의 거목 이매방이 만들어 대표 레퍼토리가 되었다. 북을 2, 3층까지 쌓아 올린 웅장한 구조물 앞에서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두드리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유족 측이 이 춤의 저작권을 등록하면서 개인의 지적 재산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공재가 된 춤을 출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삼고무 논쟁이 갑자기 언론 조명을 받은 건 방탄소년단 때문이다. 12월 초 열린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그들은 무용수들을 대거 출연시켜 삼고무, 부채춤, 봉산탈춤, 풍물놀이로 구성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것이 화제가 되면서 미적지근하던 저작권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70년 된 전통춤이 단숨에 '재발견'될 정도이니 무용계가 대중문화의 힘을 경외시하는 건 당연하다. '댄싱나인'이나 '발레교습소 백조클럽', 나아가 발레리노를 희화화하는 개그 코너까지 환영했던 이유는 춤을 외면하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댄싱나인'이 현대무용을 대중화했다는 논문이 여럿 나왔듯 방탄소년단의 삼고무도 무용계에서 한동안 회자될 것이다.

한데 이와는 별개로 무용계가 그들의 춤을 얼마나 진지하게, 그리고 동등하게 보는지는 의문이다. 예술 춤과 대중 춤 간의 위계가 끈질기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용계가 예술 춤 위주로 작동하는 동안 K팝 댄스, 스트리트 댄스, 소셜 댄스는 예술 춤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대학의 무용과에선 다양한 대중 춤을 접할 기회가 없고, K팝 댄스 동아리나 팬들이 예술 춤 관객층에 유입되는 현상도 미미하다.

예술 춤은 늘 대중에게 '재발견'되길 염원한다. 분명 방탄소년단 때문에 삼고무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대중 춤을 예술 춤의 대중화 수단 정도로 여기는 한 무용계의 불통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