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식당' 간판은 없지만 택시 기사들이 찾아가는 '가성비 맛집'은 어디일까? 동부상운의 남기본(74)씨, 개인택시 기사 정상규(69)씨 등은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구내식당 북 레스토랑을 추천했다. "단돈 4000원에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끼니때'가 되면 택시 줄이 길게 이어지는 풍경만 봐도 기사들의 맛집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일반인도 많이 몰리다 보니 주차 공간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요." 남씨가 알려주기 싫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내 북 레스토랑에선 점심(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저녁(오후 5시 30분~7시)에 한해 식사를 할 수 있다. 식권 발매기에서 식권을 뽑고 식판을 받아 국과 찌개류를 제외하곤 자율 배식을 한다. 혼밥하는 사람이 많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도서관 직원과 이용객을 위한 식당이지만 '서래마을 미니 한정식'으로 소문나며 평소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던 일반인도 많이 찾는다. 창가 쪽 바 테이블이 혼밥 인기석. 국립중앙도서관 앞 산책로를 바라보며 식사하다 보면 구내식당이라는 것을 잊는다. 점심과 저녁 사이 오후 2~4시엔 분식이 2500원에 제공된다. 단, 식사 때마다 줄이 길어 기다릴 줄 아는 끈기가 필요하다. 관공서 휴무일과 국립중앙도서관 정기 휴관일인 둘째, 넷째 월요일은 점심만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운영한다. 식단은 일주일 단위로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편의시설' 코너에 공지한다.
언제라도 찾아가 혼밥할 수 있고 주차 공간 넉넉한 24시간 식당이라면 그곳이 곧 기사식당이다. 택시 기사들은 이런 조건에 음식값이 6000~7000원이면 '적정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덕왕기업의 택시 기사 민경욱(57)씨는 "택시 기사들의 성지와도 같았던 송파구 삼전동 '똑다리 김치찌개'가 몇 년 전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로 생긴 나주곰탕도 먹을 만하다"고 했다. 음식값은 나주곰탕과 한우소머리국밥이 8000원, 사골곰탕이 1만원 정도다. 택시 기사들은 1000원씩 깎아준단다. 깔끔한 2층 건물에 주차 공간 넉넉하고 24시간 운영이라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다.
개인택시 기사 백동현(60)씨는 "강남구 개포동 대청역 3번 출구 부근에 있는 풍천민물장어 송담추어탕도 기사들 사이에선 유명하다"고 했다. 추어탕·장어탕이 모두 7000원. 걸쭉한 국물은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민물장어도 1마리에 2만4000원(3마리 주문 시 마리당 2만원)으로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장어를 주문하면 식사용 된장찌개는 무료, 추어탕은 4000원에 맛볼 수 있다. 반찬은 셀프바에서 양껏 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