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남자 회사원 A씨는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첫째 이유가 안보 문제라고 했다. "제 또래 남자들이 대개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당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죽거나 다치면서 전쟁의 공포를 직접 겪었어요." 북한을 감싸고 돌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여러 대학에 대통령을 신랄하게 풍자한 대자보가 붙었다. '전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태양왕 문재인' '나라까지 (북한에) 기부하는 지도자―기부왕 문재인' 식이다. 대자보를 만든 20대 남자 대학생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5년 전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대자보에 대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전원이 남자이고 그중 80%가량이 20대"라며 "정부 정책 기조에 20대 남자들의 수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역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20대 남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29.4%로 모든 연령·성별 집단 중 가장 낮다고 리얼미터가 밝혔다. 이들의 지지율이 처음부터 낮았던 것은 아니다. 작년 대선 직전만 해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또래 여자들보다 높았다. 집권 이후 젊은 남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1~2월이었다. 갤럽이 조사해보니 작년 12월 80%였던 것이 1월 68%, 2월 61%로 떨어졌다. 가상 화폐 폭락과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 선수단 구성처럼 청년들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지난 두 달 새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지지층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난 10월 63%였던 지지율이 이달 38%까지 폭락했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이에 대해 "전임 대통령을 '수첩공주'라고 하더니 발표나 회담 때마다 등장하는 A4 용지, 외국 가서 혼자 밥 먹은 것, 기자들에게 '국내 문제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줬다"고 했다.

▶흔히 20대 남자들의 최저 지지율 이유는 양심적 병역 면제 인정, '페미니스트 대통령' 시대에서 역차별받고 있다는 느낌, 전반적인 고용 대란이 꼽힌다. 하락세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20대 여자들에게 여전히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진짜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대통령이어서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것"이라는 얘기다. 어찌 됐든 20대에서 최저와 최고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최대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