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함께 연극에 출연한 동료 여배우에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호주 유명배우 제프리 러쉬(67·사진)에게 새로운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다고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호주 배우 야엘 스톤(33)은 이날 NYT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2010~2011년 함께 ‘더 다이어리 오브 매드맨’이란 연극에 출연할 때 러쉬가 알몸으로 내 앞에서 춤을 췄고, 거울을 사용해 내 알몸을 훔쳐봤다"며 "또 내게 때로 음란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2018년 12월 16일(현지 시각) NYT는 호주 배우 제프리 러쉬가 동료 배우인 야엘 스톤을 2010~2011년 성희롱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러쉬의 또다른 성추문 의혹을 제기한 호주 언론 데일리텔레그래프지의 1면.

러쉬는 반박 성명을 내고 "촬영장 분위기를 북돋기 위한 내 방식이 스톤의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스톤이 제기한 혐의는 모두 거짓이며 맥락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스톤은 당시 신인이었던 자신이 대배우인 러쉬에게 바로 항의할 수는 없었다고 ABC 방송에 17일 입장을 밝혔다. 스톤은 "러쉬는 한때 내가 영웅으로 여겼던 명배우이자 많은 상을 탄 업계 거물이다. 커리어를 막 시작한 내 입장에서는 수모를 참으며 그저 버티는 것밖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톤은 "러쉬에 대한 미투를 결심하기까지 6개월을 수많은 걱정에 시달리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했다. 대중의 비난이나 의심을 감수해야 하는 고백 자체도 무서웠지만 호주의 ‘명예훼손법’이 스톤을 법적, 재정적 구렁텅이로 몰고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NYT는 "원고가 아닌 피고가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호주의 명예훼손법은 지나치게 원고에게 유리하다"면서 "강자를 위한 명예훼손법이 바로 미국에서는 활발한 연예계 미투운동이 왜 호주에서는 미진했는지를 설명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 언론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제프리 러쉬가 연극 리어왕에 출연 도중 동료 여배우에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러쉬가 고소해 기사는 바로 삭제됐다. 이후 러쉬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모기업 네이션와이드 뉴스는 명예훼손 여부를 놓고 지루한 법적 공방 중이다.

러쉬는 영화 ‘샤인’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헥터 바르보사 역을 맡은 것으로 유명한 호주 배우다. 2011년부터는 호주 연예계 관문으로 불리는 호주 영화TV예술아카데미(AACTA) 교장으로 재직하며 어린 배우들의 커리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물로 군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