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가나대학에서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이자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1869∼1948) 동상이 철거됐다. 흑인을 ‘깜둥이’라고 표현하는 등 간디의 인종차별적 면모에 반발한 이들이 수년간 청원한 결과다.
아프리카 가나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마하트마 간디 동상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철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전했다. 이 동상은 2016년 가나대학 캠퍼스를 찾은 프리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이 양국 연대의 상징으로 선물한 것이다.
그러나 간디가 젊은 시절 21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서 보인 인종차별적 행보에 대한 비난이 들끓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간디 동상 철거 청원에 가나대학 학생과 교직원 등 2000명 이상이 동참했고 결국 동상 철거가 결정됐다.
청원을 주도한 가나대학 협의회는 "캠퍼스에 간디 동상을 세워두고 어떻게 간디가 흑인을 경멸했다고 교육할 수 있겠나"며 "우리가 인종차별주의자의 동상을 계속 두면 후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간디 동상’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도 간디 동상 설립이 3000여명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영국 런던에서도 간디 동상 설립이 반대에 부딪혔다.
마하트마 간디가 실제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2015년 출간된 ‘남아공인 간디 : 제국의 들것 운반자’라는 책은 "간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교묘한 재포장의 결과"라며 인도 반식민지 투쟁을 이끈 간디 사상의 이면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에 대한 철저한 차별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해 논란이 됐다.
영국에서 유학생활 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간디는 1893년 소송 사건을 의뢰받아 남아공으로 건너갔다. 이 책에 따르면 평소 간디는 흑인들을 ‘깜둥이(Kaffirs)‘라 불렀고, 그들이 미개하고 상스러우며, 게으르고 벌거벗은 채 생활하는 열등민족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간디는 인도 최하위 카스트인 ‘달리트(불가촉천민)’ 반대 운동을 하며 카스트 제도 유지를 주장했던 카스트주의자로도 알려졌다.
WP는 마하트마 간디 동상 철거 논란이 위인의 ‘양면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부정적 측면이 어느 지점에서 긍정을 넘어서는지와 같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고 꼬집었다.
제국주의 시대 위인들의 동상 철거는 계속되고 있다. 2015년에는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만든 데 일조한 남아공 정치인 세실 로즈의 동상이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철거됐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뉴욕시가 센트럴파크에 있던 마리온 심즈의 동상을 없앴다. 심즈가 의학적 성과를 거둔 인물이긴 하나 흑인노예 여성들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임상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WP는 "어떤 누구도 역사적 정밀조사를 피해갈 수는 없다. 미국 원주민을 대량 학살한 콜럼버스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불륜을 저지른 마틴 루터 킹처럼 간디 역시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