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전성시대다. 모바일 기반의 음원 서비스가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며 누구나 하나쯤 음악을 듣는 자신만의 사이트를 갖고 있는 것.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 2500만명가량이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깔았고 1100만명가량이 쓰고 있다.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라는 질문만큼 '음악을 어떻게 들으세요'란 물음도 개인 취향을 대변하는 시대인 셈이다. 실제 멜론, 지니뮤직, 벅스, 엠넷, 플로, 유튜브 등 다양한 서비스의 음원 보유량, 가격, 음질 등은 천차만별.
이 중에서 '음악 좀 하고 듣는다'는 이들이 몰려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사운드클라우드'란 음원 공유 사이트다. 1990년대 PC통신의 음악 동호회나 2000년대 초반의 '밀림(millim.com)'처럼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창작물을 공유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
사운드클라우드는 뮤지션들이 직접 자기 채널을 만들어 음원을 올릴 수 있는 음원 공유 플랫폼으로 본사는 독일에 있다. 다만 정식으로 발매돼 유통되는 곡은 아니다. 아마추어들이 발매 전 자신이 만든 곡을 들어달라며 올리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새로운 목소리를 발견하는 거대한 채널이 돼 신인 기회의 창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가수 타이거JK와 윤미래, 박정현 등이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김형서 등 아마추어 뮤지션의 노래를 듣게 된 후 팬이 됐다고 말한 뒤 이 모두가 포털 실시간 검색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런 추천이 가능한 것은 사운드클라우드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골라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최근에 들은 곡, 자기 리스트에 추가한 곡과 비슷한 곡을 계속해 추천해주는 식이다. 소셜 미디어와도 매끄럽게 연동된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자신이 선택한 곡을 올리기도 쉽다. 이런 장점 때문에 트위터는 사운드클라우드와 제휴를 맺고 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음악을 만든 이들이 직접 음원을 올린다는 점에서 냅스터나 소리바다처럼 저작권 문제를 불러왔던 음원 공유 사이트와는 다르다. 뮤지션들이 이렇게 올린 곡은 사용자들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아이돌, 유명 기성 가수도 평소에 보여줄 수 없었던 미공개 곡 등을 올리기도 한다. BTS가 지난해 6월 데뷔 4주년을 맞아 멤버 뷔와 RM의 자작곡 '네시'를 여기에 올린 것이 대표적 예. 비상업적 목적으로 팬들에게 선물한다는 뜻이어서 멜론 등 유료 음원 사이트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곡이다.
음악 마니아들은 2008년 밀림이 사라진 후 이런 창작 공간의 선순환을 바라왔다. 1999년 문을 연 밀림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록, 재즈, 블루스,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을 공유했다. 밀림에서 화제가 된 곡이 다시 녹음실에서 녹음돼 정식 앨범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의 수장 '더 콰이엇' 등이 밀림에서 활동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인기는 음악 마니아들의 이런 갈증을 채워주면서도 기성 가수들의 공개되지 않는 곡들을 찾는 재미까지 줘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가 장벽 없이 섞여 노는 일종의 놀이터가 됐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다.
애플리케이션 통계 사이트 '앱애니'에 따르면 사운드클라우드는 2016년 11월 기준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3위까지 올랐고, 현재는 10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약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운드클라우드의 전체 가입자 중 유료 가입자 전환율은 5%가량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