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못할 수 있느냐."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를 맡았던 이상수·김대환 두 전직 장관이 13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임기 동안에는 노동장관이 3명 있었는데 이 중 두 명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니어(NEAR)재단 제3차 담론 시사 포럼' 주제 발표와 본지 통화에서 "현재 발생하는 고용과 경제 위기는 어설픈 진보(進步)와 개념 없는 정치(政治)의 합작품"이라며 "단기 성과에 집착해 실적을 내려고 압박하는 것은 개발 독재 때나 하던 행태"라고 말했다. 실업률과 고용률 등 고용 지표가 악화하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압박해 '단기 일자리'를 짜낸 것 등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소득 주도 성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처럼 사실상의 분배 정책인데, 진보 진영이 '성장'이라는 담론을 넣으려다 어설픈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면서 "성장이라는 말 대신 분배 개선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게 옳다"고 했다.
이상수 전 장관도 "경제성장과 분배는 영원히 양립해야 할 균형적 가치"라며 "이 시기에 기업의 역동성을 살리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니어포럼에서 말했다.
현 정권 인사들은 일자리 감소 원인에 대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말해 왔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씨름 붙이는 것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단기 일자리 양산에 따른 충격을 제외하고 고용 참사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장관도 "정치는 동기를 강조하는 심정 윤리가 아니고 결과를 중시하는 책임 윤리가 우선돼야 하는데 현 정부는 책임지는 모습이 안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변명만 한다"고 지적했다.
두 전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고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임시방편이며 제대로 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카드 수수료를 내리면 카드 업계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업계가 인력 감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파급 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상수 전 장관도 "고용·노동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담론이 필요한데, 협의도 않고 큰 문제를 불쑥불쑥 내세워서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의 기본 지침은 공개 채용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비정규직에 가산점을 주되 취업 준비생에게도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그렇게 진행을 했다면 지금처럼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허탈감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대해서도 "이미 유럽에서 이론 예측과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를 밖에서도 관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려면 사전에 준비하고 사후에도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현 정부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관리는 잘 못하는 것 같다"며 "제가 참여정부 때 노동장관을 했지만 그때도 관리가 소홀했다. 문 정부도 좀 더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임기 초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추진,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히 대처한 일 등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가 변했다고요? 고백하건대 변했습니다. 하루하루 국정을 챙기다 보니 제가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습디다"라고 언급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진보적 색채만 입힌 정책을 현실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 정부 인사들이 진지함과 치열함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2004년 2월부터 2년간, 이 전 장관은 2006년부터 2월부터 2년간 노동부 장관으로 일했다. 두 명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인사 검증을 맡았을 때 장관에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