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교육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 유감스럽게도 국민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고 교육부에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중앙 부처 중 처음으로 교육부의 2019년 업무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교) 학사 관리나 이번 유치원 사태에서도 보듯 회계 관리도 그렇고, 대학 입시에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신이나 학생부의 경우에 도대체 어떻게 평가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공정성을 믿지 못하고, 대학 입시 수시도 워낙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깜깜이"라며 "공정성을 못 믿는 가운데 많은 반칙·특권·비리·부정이 행해지고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정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고, 전인교육하고 공교육을 살려야 하지만 학부모들 인식은 내신이나 학생부에 신뢰가 없으니 차라리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정시 확대를 더 바란다"면서 "교육에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개혁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학교 내신과 학생부, 수시 학종 전형의 대대적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태'가 큰 논란이 되면서 내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대학교수들이 자녀를 자기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경우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정시'와 달리 '수시 학종' 전형은 내신 성적과 동아리·수상 경력 등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의 다양한 항목을 본다. 학생부에서 비리가 발생했으니 "수시 반대" "정시 확대" 여론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정시 축소, 수시 확대' 방향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결국 지난 8월 선거 공약과 정반대로 "2022학년도부터 정시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주문은 '정시 확대 여론은 이미 반영했으니 이제 내신과 학종을 공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곧 내신 성적과 학생부, 학종 공정성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때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었는데, 당시 발표한 정책을 강화하거나 도입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학생부 항목 가운데 수상 실적과 독서 이력 등을 한 학기에 하나씩 쓰도록 했는데, 이를 더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숙명여고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내신 성적 처리 시스템도 보완하고, 사립학교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했을 때 징계를 강화할 전망이다. 또 교사가 자녀와 함께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도 도입한다. 학교마다 시험지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르면 2020학년도 입시부터 대학들이 학종의 평가 기준이나 선발 결과를 공개하고, 고교명을 가리고 면접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게 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종 공정성에 대한 국민 요구가 많은 만큼 본래 계획인 2022학년도보다 빨리 도입해도 법적으로 무방한 정책들은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2020학년도 입시부터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