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김정은 마스크팩 대박. 하나 사자."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종합할인매장 '삐에로쑈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이 그려진 피부 보습용 마스크팩 진열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백 탄력 핵폭탄 팩' '수분 탄력 핵폭탄 팩'이라 적힌 포장지엔 김 위원장 얼굴 위에 마스크팩을 합성한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노화 때문에 새벽잠 설치지 마시라우!'라는 문구도 함께였다. 탄력·미백·수분 3가지 기능으로 나온 이 마스크팩은 한 장당 4000원에 팔리고 있다. 1000원 수준의 로드숍 마스크팩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잔뜩 쌓여있는 '김정은 마스크팩' - 10일 서울 동대문 두타몰의 궨삐에로쑈핑궩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팩이 진열돼 있다.

올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여고생 전모(18)양은 "마스크팩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화제가 될 것 같아서 하나 샀다"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기한 듯 만져보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포장만 보고도 깔깔 웃으며 집어 가 오늘만 한 박스 넘게 판 것 같다"고 했다. 삐에로쑈핑을 운영하는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시장 호응이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게 매장 콘셉트이기 때문에 코엑스점과 동대문점, 논현점 등 3개 지점에서 (이 마스크팩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핵폭탄팩' '통일팩'을 검색하면 이 제품 인증 사진이 수백개 나온다. 한 여성은 김 위원장의 뿔테 안경과 눈썹이 그려진 마스크팩을 얼굴에 얹고서 동영상을 찍었다. '나도 피부에 평화를 줄 테야, 종전 선언. 너무 위트 있는 디자인에 촉촉함이 좋다'는 소감도 적었다. 이 글엔 '너무 재밌다' '웃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네티즌들도 마스크팩 인증 사진과 함께 재밌고 유쾌하다는 식의 후기를 올렸다.

김정은 마스크팩 판매 업체는 북한 기관지‘로동신문’을 본떠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조선인민군 최고 발명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마스크는 의류 제작·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대표 곽현주(49)씨가 제작했다. 곽씨는 지난 6월 마스크팩을 출시하며 "수익금 일부를 남북 철도 연결 사업 기금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2만5000여 장을 판매했다. 곽씨는 지난 6월 말엔 김 위원장과 닮은 모델을 고용해 마스크팩을 착용시키고 홍보 영상도 제작했다. 곽씨는 본지 통화에서 "최근 베트남 수출이 확정됐고 다른 해외시장도 노리고 있다"며 "남북 철도 사업이 개시돼 기금을 낼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조금 비싸다"면서도 "판매액이 실제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올렸다.

탈북민 단체와 보수 단체는 비판적이다. 탈북민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반독재 인사들을 억압하고 고문하는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북한이 '남측에서 불고 있는 장군님 열풍'이라며 선전 도구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통일을 환영하는 상품인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김 위원장의 합성 사진과 농담 섞인 문구를 달아놓은 것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민간 업체가 북한 관련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