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으로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전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이 10일 "2015년 일어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일부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문우람이 누명을 썼다"며 "승부조작을 한 프로야구 선수가 더 있다. 왜 이런 선수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 등 실명이 공개된 선수들은 "어떤 승부조작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 "내 이름이 거론된 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이태양 "검사가 날 속였다… 문우람은 승부조작과 관계 없어"
이태양과 문우람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이태양이 허위진술을 했고, 이 때문에 죄가 없는 문우람에게 누명이 씌워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5년 에이전트를 자처한 승부 조작 브로커 조모씨와 함께 고의볼넷을 통해 승부조작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태양은 직접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다. 문우람은 승부 조작을 사전 모의하고, 브로커 조씨를 통해 받은 돈을 이태양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 및 시계 몰수, 175만원 추징 판결이 확정됐다.
이태양은 "브로커 조씨와 나, 그리고 문우람이 2015년 5월 22일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창원지검은 우리를 승부 조작에 공모한 것이라고 단정지었다"며 "검사가 처음에 ‘문우람의 계좌에서 대가성 금액 1000만원이 빠져나갔다’고 얘기했고, 이에 속아 ‘문우람도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우람은 통장 조회까지 모두 허용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며 "검사에게 속은 것을 알고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려 하지만 검사는 '수사가 종결됐다'며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양은 "구단에서 붙여준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며 "변호사는 제가 '문우람은 죄가 없다'고 진술하면 불리해질 것이라며 관련 진술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또 그런 진술을 고집하면 긴급체포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문우람은 "2015년 팀 선배에게 폭행당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브로커 조씨가 '쇼핑을 하면 기분이 풀릴 것'이라며 운동화, 청바지, 시계 등을 선물했다"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저를 승부 조작범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승부 조작 브로커가 아니기에, 제 부모님은 승부 조작 선수의 부모가 아니기에 진실을 꼭 밝히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태양·문우람 "승부조작 가담 선수 더 있다"
하지만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90쪽 분량의 변호인 의견서, 녹취록, 브로커 최모씨의 증인신문조서 등을 근거로 또 다른 선수들의 승부 조작 연루 의혹을 주장하면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이태양은 기자회견에서 브로커 조씨가 "형을 한 번만 도와달라. 그냥 1회에 1점만 주면 된다"며 "정대현, 문성현, 김택형(SK와이번스), 이재학(NC다이노스), 김수완(전 롯데 자이언츠) 이런 애들도 다 한다. 김수완은 자기가 직접 토토해서 직접 베팅을 한다. 김택형은 1번 타자한테 홈런 맞고 그냥 거기서 돈 받아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은 "심지어 조씨는 ‘정대현은 원바운드 던지고 땅바닥에 던져도 아무도 의심 안 한다’고 나에게 말하기도 했다"며 "왜 이런 선수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정우람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배포된 자료에는 브로커의 실명과 함께 정우람의 이름도 등장했다. 브로커로부터 정보를 받아 불법 베팅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정우람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할 것", 문성현·정대현 "승부조작 관여한 적 없다"
논란이 커지자 실명이 공개된 선수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정우람은 구단을 통해 "기자회견 중 밝혀진 불법시설 운영자 및 브로커 등과 일절 연관성이 없다"며 "내 이름이 거론된 것 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단 측도 "무고한 선수에게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이미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이 거론된 문성현과 정대현의 구단인 넥센 히어로즈 역시 "두 선수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문성현의 경우 지난해 상무 소속 시절 참고인 조사를 받긴 했으나 자신의 혐의에 대한 조사가 아니었고, 지금까지 어떠한 승부조작에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알렸다"고 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정대현에 대해서는 "KT위즈 소속으로 활동하던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어떤 승부조작에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