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25만여 명의 시각장애인 중 70%는 후천적 질환으로 시력을 잃었다.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지지만,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의 발병률은 나날이 높아만 가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실명원인 1·2위를 다투는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은 2013~2017년 4년 사이 각각 28%, 66% 증가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환자가 스스로 알아챌 만큼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안구혹사시대… 망막 손상은 실명질환으로 직결돼
눈은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기관이다. 100만여 개의 신경섬유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관인 눈은 가장 빨리 늙고 외부 자극에도 약하다. 다른 인체 장기보다 빨리 노화가 진행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눈의 노화로 인해 실명과 직결되는 망막 부위의 손상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이 지난 2009~2017년 망막병원을 찾은 34만6206명을 분석했더니 연간 망막질환 진료인원은 69% 증가했다.
망막은 우리 눈의 내부에 있는 얇은 시신경막이다.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은 신경조직으로,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망막은 망막혈관과 모세혈관을 통해 필요로 하는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실명원인 1위인 '당뇨망막병증'은 이러한 망막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으로 인해 고혈당 상태가 지속하면서 망막 혈관벽이 두꺼워져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망막 세포가 죽게 되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가운데 부위인 황반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황반에는 시세포 대부분이 존재하며 물체의 상이 맺힌다. 이곳이 망가지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아스타잔틴은 망막 혈류량·눈 조절력 개선 도움, 루테인은 황반색소 유지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40세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눈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영양 보충을 통해 소실되는 안구 구성 물질을 채우고 망막을 관리해야 한다. 눈에 좋은 아스타잔틴과 루테인이 들어간 식품이나 영양제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스타잔틴은 해조류 헤마토코쿠스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로 강력한 항산화 역할을 한다. 미국 크레이튼 약학대학교에 따르면, 아스타잔틴의 항산화 능력은 비타민E의 14배, 베타카로틴의 54배, 비타민C의 65배에 달한다.
아스타잔틴은 눈의 피로와 망막의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망막의 혈류를 개선해 수정체의 굴절을 조절하는 모양체 근육(초점 조절에 관련된 근육)에 많은 혈액이 도달하게 하고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실제로 2005년 일본에서 진행된 인체적용시험에서, 눈의 피로를 느끼는 40명의 성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4주 동안 한 그룹은 하루 6㎎씩 아스타잔틴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아스타잔틴을 복용한 그룹은 섭취 4주 후 망막모세혈관의 혈류량이 우안 9%, 좌안 10.7% 증가가 확인됐다.
아스타잔틴은 눈의 조절력 개선 또한 입증됐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사물을 제대로 보려면 '모양체'라는 근육이 수축·이완 작용을 잘해야 한다. 모양체의 수축·이완에 따라 수정체가 빠르게 납작해졌다 볼록해지는 작동을 해야 눈앞의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 노화하면 이 모양체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눈의 조절력이 저하된다. 눈앞의 글자를 보다가 갑자기 돌려 먼 곳을 봤을 때(혹은 그 반대였을 때)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조절력의 문제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2005년 일본 임상안과학회지에 실린 연구(Effect of Astaxanthin on Accommodation and Asthenopia)에 따르면, 20세부터 60세까지의 실험 대상자 20명 4주 동안 매일 6㎎씩 아스타잔틴을 섭취한 결과, 가까운 곳을 볼 때의 조절 속도가 50.6%, 먼 곳을 볼 때의 조절 속도가 69%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근거리 원거리를 왔다갔다 조절하는 조절능력은 평소보다 64.4% 증가했다.
아스타잔틴으로 망막을 관리한다면 황반 관리는 루테인으로 할 수 있다. 황반은 망막의 가장 안쪽에서 물체를 알아보고 색을 구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황반을 구성하는 색소가 줄어들어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황반의 재료인 루테인은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황반색소 밀도를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2011년 한 연구(Invest Ophthalmol Vis Sci)에서 황반변성을 가진 50~90세 성인 84명에게 180일간 루테인을 섭취하도록 했다(1~3개월 1일 1회 20㎎, 4~6개월 1일 1회 10㎎). 180일 후, 섭취 군은 위약 군 대비 황반색소 밀도가 2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양성분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식품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스타잔틴과 루테인, 비타민A 등 눈 건강에 좋은 영양성분을 한데 모은 건강기능식품도 출시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