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의 인구는 약 68만명,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9위다. 수도권 북동부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며 면적도 서울의 75% 나 된다. 그러나 큰 덩치에 비해 도시의 역량이나 기능은 부실하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대학·종합병원·산업단지와 같은 자족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서울의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전철, 좁은 간선도로 등 1990년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교통 여건은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상수원 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는 남양주가 미래조차 꿈꿀 수 없도록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조광한 시장은 "남양주는 그동안 서울이 잘 살수 있도록 궂은 일을 도맡았던 지역"이라며 "남양주가 제대로 된 도시 기능을 갖춰야 결국 서울이 산다"고 말한다.
◇갑자기 커진 덩치와 성장통
남양주는 서울과 붙어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택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1988년 덕소지구를 시작으로 9개의 택지지구가 들어섰다. 지금도 별내, 다산, 진건2 등 신도시 3개가 조성 중이다. 이 때문에 남양주시가 탄생했던 1995년 당시 23만8000명이던 인구는 2005년 42만6000명, 2018년 68만9000명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만 잔뜩 짓다 보니 대학, 병원, 백화점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할만한 다양한 기능은 무시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서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남양주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남양주시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의 발 역할을 해야 할 전철이 제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전철의 배차간격은 러시아워에는 평균 2~5분이다. 특히 '언제든 집을 나서면 손쉽게 전철을 탈 수 있다'는 인식은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 반경을 크게 넓혔다.
그러나 남양주를 통과하는 전철 노선인 경춘선과 경의중앙선은 주민들에게 '전철'이 아니라 '기차'로 받아들여진다. 평균 배차간격은 경춘선 20~25분, 경의중앙선 12~15분이나 된다. 이 때문에 전철은 푸대접을 받고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스나 자가용 등 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남양주시는 다른 수도권 도시와 비교해 큰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양주시와 동일 생활권인 구리시 인구(약 20만명)와 합치면 90만 명에 육박한다. 수원(120만명)의 경우 1호선·분당선·신분당선, 성남(96만명)은 분당선·신분당선·8호선·경강선 등 규모에 맞게 다양한 전철이 있다. 고양(105만명)만 해도 3호선이 도시 한 가운데를 관통해 서울로 곧장 간다. 하루 운행횟수만 봐도 1호선 517회, 분당선 354회인 반면 남양주는 절반도 못 미치는 중앙선 180회, 경춘선 112회에 불과하다.
도로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남양주 주민들이 서울을 오가는 주요 도로는 왕복 8차선 수준의 강변북로다. 인구가 늘어나 차량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도로 여건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촘촘한 규제에 개발 불가능
남양주의 면적은 458㎢로 서울 면적의 75%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면적 중 68% 가량이 산림지역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분산 개발됐다. 이 때문에 도시의 중심이 따로 없고 다핵 도시의 형태를 갖게 됐다.
그마저도 개발의 의욕을 꺾는 것은 전국 최고 수준의 규제다. 남양주시에 부과되는 규제는 6개나 된다. 규제 대상 면적을 합산하면 도시 전체 면적보다 넓은 515㎢이다. 개발제한구역(226㎢) 면적은 전국 2위이다. 또 군사시설보호구역(43㎢), 상수원보호구역(42㎢), 수변구역(8㎢), 특별대책지역(194㎢) 모두 경기도에서 가장 넓다.
여기에다 막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굴레도 쓰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성장관리·과밀억제·자연보전 등 총 3개로 권역을 나눠 관리하는데 수도권 66개 시·군 중 유일하게 3개권역이 모두 속해있다.
이처럼 규제가 심하다 보니 기업이나 대학 유치는 꿈도 꾸지 못한다. 남양주는 경기도내 31개 시·군중 인구 1000명당 사업체수 54.7개(도내 29위·전국 평균 76.41개), 인구 1000명당 종사자 수 233.03명(도내 꼴찌·전국 평균 411.23명) 등으로 경제 자립도가 전국 하위권 수준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1271만원으로 도내에서 꼴찌 수준(전국 평균 3068만원)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수원은 삼성, 성남은 판교테크노밸리, 청주는 하이닉스 등 굴지의 기업들이 지역을 넘어 한국을 먹여살린다"며 "중첩규제에 시달리는 남양주의 활로를 찾기 위해 융통성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