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사건’을 계기로 한 신곡 '페미니스트'를 발표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래퍼 산이(33·본명 정산)가 콘서트 도중 "워마드(남성 혐오 성향 웹사이트)와 페미니스트는 다 정신병"이라는 내용의 랩을 하며 관객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공연이 약 3분간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고, 소속사 대표인 라이머(41·본명 김세환)가 무대에 올라 대신 사과했다.
산이는 콘서트 다음 날인 3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웅앵웅', 오늘 밤 유튜브 최초 공개. "라며 신곡 발표를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산이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단체콘서트 '브랜뉴이어 2018' 무대에 올랐다.
이날 무대는 신곡 '페미니스트'를 발표한 지난 16일 이후 산이가 오른 첫 공식 무대였다. 당시 산이는 ‘이수역 폭행사건’을 계기로 "야, 그렇게 권리를 원하면 왜 군대는 안 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래(바라)" 등의 가사를 담은 ‘페미니스트’를 발표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산이는 논란이 일자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여파로 예정돼 있던 행사가 취소됐다.
산이는 공연 무대에 오른 자신에게 일부 관객이 야유를 보내자 "여러분, 내가 싫으냐"고 질문한 뒤 "나는 여러분이 좋다. 나를 왜 싫어하냐. 여러분을 사랑으로 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관객이 ‘추하다’는 단어가 적힌 인형을 던지자 산이는 "이곳에 워마드·메갈 분들이 계시냐"며 즉석에서 이들을 비판하는 랩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너희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건/ 아이 돈트 기브어 X(I don't give a fxxx)/ 워마드 노(no), 페미니스트 노(no). 너네는 정신병"이라며 "오늘은 제 마지막 브랜뉴뮤직 콘서트다/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당신들을) 존중할 필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아무리 공격해도 난 하나도 관심 없다"며 "너희가 아무리 뭐라고 그래도 저는 정상적인 여자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5000여 명의 관객 중 상당수는 여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이의 랩 이후 관객들은 '사과해'를 연호했다. 심지어 산이가 기존 곡인 ‘아는 사람 얘기’를 부르던 중에는 콘서트가 약 3분간 중단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결국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가 무대에 올라 사과했다. 그는 "기분이 나쁜 분이 계셨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린다"며 "이번 공연 전까지 (산이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브랜뉴 뮤지션들의 생각은 각자 다 다르고, 음악도, 신념도 다르다"고 말했다.
산이의 행동은 콘서트를 본 관객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기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관객의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콘서트에서 굳이 그런 발언을 한 이유가 뭐냐", "왜 돈 주고 콘서트 보러 가서 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반면 공연 중인 가수에게 인형을 던지고 야유를 하는 일부 관객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이는 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콘서트 다음 날인 3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쿵쾅쿵, 이제 곧 그분들이 몰려온다. '웅앵웅', 오늘 밤 유튜브 최초 공개"라며 신곡 발표를 예고하는 글과 전날 공연 현장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산이가 언급한 '쿵쾅쿵'은 남성혐오 성향 사이트인 '워마드' 회원들을 조롱할 때 쓰는 단어이며, '웅앵웅'은 논리가 맞지 않거나 터무니 없는 말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인터넷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