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용 정치부 기자

외교부는 30일 오전 4시쯤 '정상 체코 방문 관련 설명'이란 제목의 2000자 넘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7~28일 체코 방문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논란에 관해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과 체코 총리의 만남이 '정상회담'이 아닌 '비공식 면담'이 된 것과 관련, "실질적 정상회담이지만 체코 측 내부 의전상 이유로 비공식 회담(면담)으로 해줄 것을 요청해 와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앞선 28일 청와대는 '회담이 아닌 면담'이라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회담이 맞는데 실무자의 오기(誤記)'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그 해명이 틀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청와대가 굳이 '면담'을 '회담'으로 정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당장 비판을 모면하려 엉터리 해명을 하고, 소관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체코 방문은 추진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체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 비행 스케줄까지 바꾸며 급히 체코 일정을 넣었다. '친구 없는 친구 집을 찾아간 격'이란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는 순방 전엔 '원전 세일즈'를 주요 방문 목적으로 언급했다가 나중엔 "원전은 의제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외교부의 이날 해명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체코 방문 이유로 "중간 급유와 양자 외교 성과를 고려했다"고 했다. 현지 기업인·동포 간담회를 갑자기 합친 것과 관련해선 "동포 사회와 진출 기업의 현황·특성을 감안했다"고 했다. 순방 전엔 밝히지 않았던 얘기들이다.

김정숙 여사가 프라하성 관람 중 문 대통령을 놓쳐 급히 뛰어와 팔짱 낀 장면에 대해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억측에 논평치 않고자 한다"고 했다. 사실관계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앞서 외교부는 '체코'의 국호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해 외교 결례도 범했다. 청와대 행태와 외교부 해명으로 우리 외교의 수준은 물론 이번 체코 방문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