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리브오일협회 공인 테이스터 파올로 로키 '이탈리아 음식주간' 맞아 방한
"제조일로부터 일년 이내 드시고, 썩은 채소 냄새 나면 버리세요"
파올로 로키(Rocchi·55)씨는 올리브오일이 담긴 작은 잔을 입이 아닌 코로 가져갔다. 왼쪽 콧구멍으로 "킁킁" 소리를 내며 올리브오일 냄새를 진지하게 맡았다. 다시 오른쪽 콧구멍으로 올리브오일의 향을 맡았다. 이어 양쪽 콧구멍으로 올리브오일 냄새를 맡고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다음에야 올리브오일을 입에 머금고 맛을 보았다. 그는 "이것이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OC) 공식 올리브오일 평가법입니다."
로키씨는 올해로 117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올리브오일 생산업체 ‘로키’ 대표이자 IOOC 공인 올리브오일 감식가이다. 로키씨는 ‘세계 이탈리아 음식주간’(11월 19~23일)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이탈리아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세미나’를 주관하기 위해 방한했다. 올리브오일을 위해 IOOC가 개발했지만 참기름, 들기름 등 다른 식용유 평가에 활용할 수도 있다.
◇‘지중해식단의 왕’ 올리브오일 시음법
로키씨는 "올리브오일은 지중해식단의 왕"이라고 했다. 그는 "올리브오일의 맛은 지역이나 생산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터키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올리브오일 중에서 자기 입에 맞는 올리브오일을 즐기려면 맛을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로키씨는 20일 시음회에 9가지 올리브오일을 내놨다. 5개는 이탈리아, 2개는 그리스와 스페인, 그리고 2개는 결함이 있는 올리브오일이었다. 먼저 그는 토스카나 루카(Lucca) 지역 올리브오일을 따랐다.
작은 플라스틱 잔에 올리브오일을 한 숟가락 정도 따르고 한 손으로 컵을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는 컵 입구를 막아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컵을 손바닥에 문질러 안에 담긴 올리브오일 온도를 체온 정도로 높였다. "방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입니다." 양 콧구멍으로 각각 향을 맡고 두 콧구멍을 모두 사용해 올리브오일 향을 맡은 로키씨가 "어떤 향이 나느냐"고 물었다. "제게는 초록빛 과일향과 아티초크, 갓 깎은 잔디의 풋풋한 냄새가 느껴집니다. 전형적인 루카 올리브오일의 특징이죠."
이어 로키씨는 잔을 입에 대고 올리브오일을 작게 한 모금 마셨다. "올리브오일을 혀에 펴 바른다는 느낌으로 고루 퍼지게 하세요. 혀뿌리에는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혀뿌리에 올리브오일이 닿으면 쓴맛이 입 전체에 퍼지면서 다른 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약하게 그리고 점점 강하게 공기를 흡입하며 후두에 느껴지는 올리브오일 향을 감별한다. 혓바닥을 입천장 쪽으로 움직이며 감촉을 느낀다. 올리브오일을 입안에 머금은 채 입술을 조금 벌려 공기를 흡입한다. 이러한 과정을 4번 가량 반복하며 20초 정도 유지한다. 루카산 올리브오일은 쌉쌀하면서도 톡 쏘는 느낌이 특징적이었다.
평가를 마친 다음에는 올리브오일을 뱉고 물로 입을 행궜다. 로키씨는 "다음 올리브오일을 시음하기 전 몇 분 정도 시간을 둠으로써 혀의 감각이 리셋(reset)되게 하라"고 했다.
◇결함 있는 올리브오일은 맛과 향 역해
이어 피렌체와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시칠리아 올리브오일을 시음했다. 피렌체산은 아몬드, 마렘마산은 풋풋함, 시칠리아산은 토마토와 바질 맛이 도드라졌다. 그리스 올리브오일은 이탈리아산과 비교하면 밋밋했고, 스페인산은 맛의 균형이 깨진 듯했다. 로키씨는 "좋은 올리브오일 풍미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fruity(신선한 올리브 과육의 향) green(허브 또는 풀 향기) bitter(쌉싸름한 맛) pungent(톡 쏘는 맛, 매운맛) almond note(아몬드를 연상시키는 향) 등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두 올리브오일은 결함이 있는 제품들이었다. 첫 올리브오일은 썩은 채소 냄새가 나면서 맛은 물처럼 싱겁고, 두 번째 올리브오일은 쉰내가 나더니 입안에서는 오래된 견과류처럼 역한 기름 쩐내가 났다. "올리브오일에서 이런 맛이 난다면 절대 먹지 마세요. 올리브오일을 설명하는 표현으론 fusty(상한듯한 냄새) rancid(썩은 듯한 냄새) musty(곰팡이 냄새) 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