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책상에서 독서를 하다 고개를 들고 창을 열면 하늘이 마주 보이는 훌륭한 창문이다. 하지만 요즘 창문을 열 때 내 마음은 편치 못하다. 언젠가부터 창을 통해 담배 냄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인은 옆집 아저씨였다. 그는 자신의 집 앞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웠고 그때마다 냄새와 연기가 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담배 냄새는 이른 아침에도, 한낮에도, 저녁에도, 한밤중에도 끊이지 않고 내 방을 엄습했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인지 그 냄새는 유난히 나를 자극했고 그런 상황이 며칠 동안 반복되자 은근히 화도 났다.
나는 고민했다. 조용히 찾아가서 정중하게 부탁해볼까. 담배를 피우시는 건 좋지만 선량한 이웃의 건강을 위해 장소를 바꿀 생각은 없는지, 이제 슬슬 건강에 신경 써야 할 연세인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끊으시는 건 어떤지. 집 앞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눈인사를 나누는 중에도 나의 고충을 전달할 적당한 기회를 엿보았지만 옆집 아저씨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늘 어두웠다. 평일 낮에 집에서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담배를 피워대는 사정은 본인에게도 분명 고역일 것이다. 초등학생 아들은 매일 떼를 쓰고 보채다가 요란스레 울음을 터트리기 일쑤였고, 늦은 저녁이 되면 그의 아내가 귀가했는지 아저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여인의 날 선 소리만 들려왔다. 가끔 동네 놀이터의 벤치에 혼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담배 냄새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가 그의 어린 아들의 투정만큼이나 사소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옆집 아저씨는 종일 담배를 피운다.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흡연이 하루빨리 중단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때까지 나는 최대한 조용히, 혹시라도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창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