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샘 김(20)은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미국 시애틀에 살다가 열다섯 살 때인 2014년 SBS TV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시즌3 출연을 계기로 한국에 온 그는 아직 우리말이 능숙하지 못하다.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 소속사 안테나뮤직 직원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했고, 해당 직원은 '무기력'이라고 진단했다.
그 때 쓴 곡 '무기력'은 22일 발표한 첫 정규 음반 '선 앤 문(Sun And Moon)'에 수록됐다. 샘김이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아낀다는 노래다.
샘김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항상 긍정적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모습밖에 없다고 여겼거든요"라면서 "살짝 힘든 시기가 왔었는데 '무기력'이라는 단어와 설명을 듣고 와닿더라고요"라고 털어놓았다. "사춘기라고 하기에는 애매했고, 회사 분들은 '오춘기니?'라고 물어봐주셨죠. 하하. 그런데 당시 느꼈던 어둠, 고통이 저에게 새로웠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요. 슬픔 감정이 없다고 생각 했었는데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면서,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그럼 이제 활력이 생겼어요?"라는 MC 딩동의 질문에 "유기력인가요?"라고 반문하는 샘김의 표정은 밝았다.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26)가 피처링한 '이츠 유'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선앤문'은 앨범 제명 그대로 '해와 달', 즉 삶의 '빛과 어둠'을 담아냈다.
샘김은 "행복과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두 가지 면이 다르잖아요. 상반된 주제를 담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반으로 쪼개진 앨범이죠. 선은 화려하고 밝고, 문은 슬픈 거예요. 곡들도 그렇게 반씩 섞여 있어요."
샘김은 2016년 4월 데뷔 미니앨범 '아이 앰 샘'을 선보였다. 이후 2년7개월 만에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다른 가수의 곡에 피처링을 하고 OST 작업에도 참여했지만 본인 이름의 싱글, 미니 등은 발매하지 않았다. 샘김은 "사이사이에 미니, 싱글을 낼 수도 있었지만 정규가 더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라고 답했다. 약관의 샘김이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로 나선 앨범이기도 하다. "긴 호흡을 가지고 프로듀서로서 막 시작하는 단계죠. 계속 이렇게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크러쉬, 지코, 아이유 선배님처럼 멋진 뮤지션들 중 한명이 되고 싶어요."
소속사 안테나뮤직을 이끄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 유희열은 샘김을 보면 자신이 음악을 막 시작할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포크계의 대부 조동진(1947~2017)이 이끈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에 막 입문했을 당시다.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인 20대 초반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본인이 이끄는 프로젝트 밴드) '토이' 1, 2집은 정말 못 듣겠더라고요. 샘은 이제 스무살이에요. 막 걸음마를 시작한 거죠. 하지만 아티스트에요. 엔지니어와도 얘기했지만 샘의 판단이 틀려보여도, 그게 맞는 거예요. 이번 앨범은 샘의 음반이기도 때문이죠."
샘김은 안테나뮤직에서 처음 선보인 유희열의 제자와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유희열은 샘김을 "시스템적으로 대세나 트렌드에 맞춰 만들어나가는 건 옳지 않아요"라고 확실히 했다."상품으로 멋지게 만들어내는 건 의미가 없어요. 샘김이 음악 작업을 해나갈 때 후회하는 일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맞아요. 아티스트로서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