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어떤 공적연금 제도를 갖고 있을까.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우리나라(14.2%)의 2배(28.1%·3557만명)이다.

일본의 공적연금도 우리와 같은 '3층 구조'다. 1층은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우리 기초연금에 해당. 이하 기초연금)이고, 2층은 직장인·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이 소득에 비례해 내는 보험료로 운영하는 후생연금으로 우리 국민연금에 해당한다. 3층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했다. 일본 후생연금은 1942년, 기초연금은 1985년 도입했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1988년, 기초연금은 2008년 시작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우리 두 배 내고 소득 대체율은 비슷

일본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돈은 줄이는 연금 개혁을 거듭했다. 후생연금의 경우 2004년 개혁 때 소득의 13.58%인 보험료를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18.3%까지 인상했다. 1998년 이후 9%로 20년째 변함없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2배가 넘는다.

받는 돈의 경우 명목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은 비슷하다. 후생연금은 기초연금을 포함해 50%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은 40%(현재 45%에서 2028년까지 40%로 인하 중)이지만 기초연금 12%를 더하면 52%다. 정부는 소득 대체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 소득 대체율(39.3%)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OECD 평균이 40.6%다. 우리나라 20년 이상 가입자 국민연금 수급액 평균은 91만원이다. 다만 짧은 가입 기간과 넓은 사각지대 때문에 실질 급여 수준이 낮은 것이 문제다.

후생연금의 실질 소득 대체율은 2016년 신규 가입자 기준으로 34.6%로, 기초연금을 포함해 14만7927엔(약 148만원)을 받는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신규 수급자 기준 실질 소득 대체율은 24%로, 금액으로는 52만3000원 정도다. 일본과 같은 조건으로 기초연금을 포함하면 소득 대체율로는 36%(국민연금 24%+기초연금 12%), 금액으로는 77만3000원(기초연금과 연계하는 감액은 무시할 경우) 정도인 셈이다. 결국 일본은 우리보다 소득의 두 배인 보험료를 내고 우리의 두 배 정도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테이크(받는 연금액)를 먹으면 스테이크 값(보험료)을 이야기해야 하고 짜장면을 먹으면 짜장면 값을 얘기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기초연금도 내는 만큼 받아

1985년 일본 연금 개혁의 핵심은 후생연금을 균등 부분과 소득 비례 부분으로 분할해 균등 부분을 기초연금으로 재편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한때 검토했다가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국민연금 A값(균등 부분)과 기초연금 통합' 방식이다.

우리나라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지만, 일본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이 대상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액 세금으로 지급하지만, 일본 기초연금은 본인이 낸 돈으로 운용하고 국가가 절반을 보태 지급하는 구조다. 현재 매달 1만6900엔을 내야 하고, 납부 하지 않으면 그만큼 연금액도 줄어든다. 2016년 기준 평균 지급 액수는 5만5464엔이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는 "우리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때문에 고민하는데, 일본은 부과 방식인 기초연금에서 (젊은 층·저소득층 등)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각지대가 넓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일본 기초연금 납부율은 65%에 그쳤다.

◇"방향 정해놓고 2~3년 국민 설득"

일본도 과거엔 후생연금 소득 대체율이 70%일 정도로 후했다. 일본 국민의 90%가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1억 총중류(總中流)' 의식도 이런 연금 제도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1990년대 장기 경제 침체의 여파로 일본 공적연금은 2002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뭇매를 맞으면서도 단계적으로 소득 대체율은 내리고 보험료율은 올렸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지금 우리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20년째 제자리인 보험료를 올리는 것인데, 정부가 국민 반발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을 정해놓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연금제도 자체를 지속할 수 없다'고 2~3년 동안 설득했기 때문에 개혁이 가능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원섭 교수는 "일본은 꾸준히 공적연금을 개혁했음에도, 과거의 후한 소득 대체율 때문에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많이 받지만 앞으로 받는 사람은 적게 받게 돼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는 현행 65세인 후생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올 9월 현재 원칙적으로 65세부터 받는 연금을 월급을 받는 경우 70세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재정 줄면 지급액도 줄도록… 日 자동 조절 시스템 도입
"우린 돈만 내고 못 받는 것 아니냐" 젊은 세대의 연금 불안감 덜어줘

일본에서도 더 내고 덜 주는 연금 개혁을 할 때마다 젊은 세대는 "우리는 돈만 내고 나중에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현 노인 세대는 비교적 후한 연금을 받고 있는데 젊은 세대는 많이 내기만 하고 나중에 적게 받거나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한 것이다.

이런 세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은 2004년 연금 개혁에서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연금 급여액 자동 조절 장치를 도입했다. 공적연금 지급액은 임금과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올라가는데, 기대수명이 늘어나거나 출산율 저하로 연금 가입자가 감소하면 자동으로 연금액을 삭감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연금 재정이 나빠지면, 지급하는 연금액도 그만큼 줄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재정 추계에서 "이 시스템 도입으로 2105년까지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시스템은 물가가 오를 때에만 적용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도 경제성장률과 출생아 수 등 사회·경제적 변수를 자동으로 반영해 소득 대체율을 조정하는 장치를 갖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일본의 연금 자동 조절 장치는 재정 부담도 덜면서 젊은 세대에게 연금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