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호 논설위원

전국 저수지와 새만금 간척지 등에 수상(水上) 태양광 패널을 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수지 경관을 해치고, 노후화한 태양광 패널에서 납·비소 같은 독성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갈수록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산 저가 패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정부는 낙관적이다. 산지 등에 들어서는 육상 태양광보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저수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면 수중으로 햇빛이 덜 침투하면서 녹조(綠藻) 발생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 현상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계에 보고됐다. 햇빛이 적으면 오히려 녹조를 심화시켜 수질·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녹조 문제가 수상 태양광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선 최근 수상 태양광 패널이 깔린 저수지에서 심각한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2015년 저수지 면적의 60%에 태양광 패널을 깐 사이타마현 가와지마(川島) 저수지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번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태양광 패널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일본 학계에선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 7월 영국 왕립협회(Royal Society) 학술지에 일본 도쿄대·도호쿠대, 미국 코넬대 공동 연구팀이 '그늘진 식물성 플랑크톤의 역설' 논문을 실었다. 저수지 수면 위에 햇빛을 차단하는 가리개를 펼친 곳과, 그러지 않은 곳을 비교 실험한 결과가 담겼다. 햇빛양에 따라 저수지 내 수초(水草)와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니 가리개로 햇빛을 막은 호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 번성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며 '역설'(paradox)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늘진 저수지에 녹조 더 생긴다"

연구팀 결론은 '수중으로 들어오는 햇빛양이 줄어들면 호수 바닥에 닿는 빛이 적어지면서 수초가 타격을 입어 감소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늘었다'는 것이다. 경쟁자가 줄어들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수중의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해 개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햇빛이 감소하면 광합성 속도가 느려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도 덩달아 감소할 것이라고 여졌다. 정부와 국내 일부 전문가가 "태양광 패널이 그늘을 만들어 녹조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그늘진 호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 번성해 호수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 실험을 통해 처음 입증했다"면서 "수상 태양광 발전을 할 때는 생물 간 상호작용이라는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상 태양광이 녹조 번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25GW(기가와트) 태양광 설비를 새로 깔 계획이다. 이 중 수상 태양광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전국 저수지 3400곳 중 900여 곳에 4GW, 새만금 간척지 내에 2.8GW가 예정돼 있다. 무게 15㎏짜리 300W 태양광 패널 2300만장이 전국 저수지와 댐에 깔리는 것이다. 한 수질 전문가는 "정부가 태양광 확대에만 매몰된 게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태양광 확대 속도를 늦추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류(鳥類) 배설물과 저급 일자리도 문제

수상 태양광의 또 다른 문제는 '조류 배설물'이다. 지난 19일 찾아간 전북 군산시 제2산단 유수지엔 태양광 패널 5만여 장이 설치돼 있었다. 올 7월부터 가동한 18.7MW(메가와트) 규모의 국내 최대 수상 태양광 발전소다. 저수지 면적의 55%를 차지한 패널 사이를 걸어 보니 조류 분변이 묻은 패널이 수두룩했다. 방치하면 전기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 엔지니어인 아이앤아이월드 김민우 대표는 "철새가 많이 찾는 새만금 등 서해안 지역 수상 태양광에선 특히 조류 배설물 문제가 앞으로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서도 이미 문제가 됐다. 2016년 설치된 영국 엘리자베스2세 호수의 수상 태양광 현장을 찾은 BBC방송은 "영국 최대 수상 태양광이 가동됐다"면서도 "조류 배설물 관리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화학물질이 든 용제로 청소하기도 어렵다. 수질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우리 환경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용제 사용 금지'를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주고 있다.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은 "국제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청소할 때 독성 물질이 든 세정제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새들이 패널 위에 앉지 못하도록 피아노 줄을 설치한 곳도 있다. 효과는 미지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경기도 수원 일월저수지 태양광 패널 약 10㎝ 높이에 철제 피아노 줄을 설치했지만 배설물 오염을 막지 못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작년 말 가동한 충주댐 태양광 패널에 피아노 줄을 설치한 이후 새가 약 90% 감소했다"고 했다. 새들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 확대를 위해 새들을 호수에서 내쫓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6조 6000억원을 투자하면 "연인원 200만명 일자리가 생기고, 전북 지역에서만 10만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이 태양광으로 일자리를 대폭 만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태양광 일자리는 추락 중이다. 정부 보조금 감소로 투자액이 줄자 일자리도 최근 4년 새 11만개에서 3만개로 70%이상 감소〈그래프〉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가 창출한다는 태양광 일자리는 결국 패널 설치만 하면 끝나버리는 '반짝 일자리'"라고 했다.

60억 들여 호수 둘레길 만들고 있는데 수상 태양광?… 지자체들, 정부 속도전에 반발
전북 완주군 "주민들이 반대", 전북 부안·충남 논산서도 갈등

전국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설치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북 완주군 구이저수지는 전국에서 이름난 관광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이곳에 2M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짓겠다고 신청했지만 완주군은 "저수지 수변 경관을 해치고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저수지 주변에 둘레길과 수상 레포츠 공원을 만들어 타 지역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 태양광 발전소를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완주군은 "이미 둘레길 등 사업비로 60억원이나 집행한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이저수지에 40MW 태양광 설치하려는데 의견을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농어촌공사가 당초 예정보다 규모를 20배 키워 수상 태양광을 짓겠다고 신청한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완주군에 있는 대아·경천저수지에 대해서도 각각 33MW, 30MW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저수지 보존하려는 지자체 사업을 정부가 완전히 무시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북 부안군과 충남 논산시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형 수상광 시설에 대해 정부 내 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태양광 설비 규모가 100MW 이상일 때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그 미만은 소규모 간이 평가로 사실상 무사 통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가 대상 규모를 10MW 이하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