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비하 광고 논란에 참석 예정 장쯔이 등 中 연예인 불참선언 잇따라
판빙빙 등 '대만 독립 반대' 릴레이 선언도...中 사상통제 연예인 군기잡기 영향?

이탈리아 유명 패션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 and Gabbana)가 21일 저녁에 상하이에서 개최하려던 패션쇼를 당일 취소했다. 패션쇼에 참석하기로 했던 장쯔이(章子怡) 등 중국 연예인 및 모델들이 불참을 잇따라 선언한 탓이다.

돌체앤가바나 광고가 중국인 비하논란을 일으킨데다 이와 관련 창업자 겸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중국을 ‘똥덩어리 국가(country of shit)’ ‘무식하고 더러운 냄새나는 마피아(ignorant Dirty Smelling Mafia)’라고 했다는 발언이 공개된 때문이다. 스테파노 가바나가 "계정을 해킹당했다. 중국과 중국문화를 좋아한다"고 사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돌체앤가바나 패션쇼 취소사태는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55회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대만독립 옹호 발언이 나오자 영화제 심사위원인 중국 여배우 궁리(鞏俐)가 최우수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길 거부하고 판빙빙(范冰冰) 등 중국 연예인들의 ‘중국 영토 수호 선언’ 릴레이가 이어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거세지는 중국의 애국주의가 연예계에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판빙빙이 탈세로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게 된 게 ‘연예계 군기 세우기’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영화와 예능 등 콘텐츠산업에 대한 사상통제가 강화되면서 애국주의가 분출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인 비하 광고논란으로 중국 문화 존경을 컨셉으로 21일 열 예정이던 상하이패션소를 취소했다.

문제의 광고는 돌체앤가바나가 상하이패션쇼를 위해 기획한 ‘젓가락으로 먹기’란 광고 동영상으로 중국 전통문화와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결합한 내용이다. 동양계로 보이는 여성 모델은 젓가락을 써서 피자, 스파게티, 카놀리 페이스트리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설명하는 남성 나레이션이 흐른다.이후 이 여성의 동작이 어색하고, 남성 나레이션의 어조가 오만하다는 비판과 함께 중국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졌다.

문제 제기 이후 돌체앤가바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계정에서 이 광고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에는 남겨두는 바람에 논란이 지속됐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한 사용자가 스테파노 가바나에게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는데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반박당한 내용을 사진으로 캡처해 공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배우 리빙빙(李冰冰)이 "나는 나의 국가를 사랑한다"며 패션쇼 참석을 취소한다고 웨이보에 올리는 등 천쿤 황샤오밍 등 패션쇼 참석 예정 중국 연예인들의 불참 선언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지난해 돌체앤가바나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브랜드 대사로 계약을 맺은 중국 배우 디리러바(迪丽热巴)는 이날 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언론들은 당초 이 패션쇼가 중국 문화를 존경하는 컨셉트로 추진됐다고 전했다.

앞서 17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55회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우리의 청춘 대만에서(我們的青春 在台灣)’의 감독 푸위(傅榆)가 "어느 날 우리나라(대만)가 진정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하면서 중국 연예인들의 애국 선언이 이어졌다.

판빙빙이 웨이보에 지난달 3일 탈세 반성문을 올린 이후 처음으로 "중국은 점 하나라도 작아질 수 없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도서를 모두 중국 영토로 포함한 중화인민공화국 지도를 게재하자 양미(楊冪) 류스스(劉詩詩) 리천(李晨) 등 중국 유명 배우들이 연이어 지도 올리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게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해 4월 만리장성 등 중국의 명소 앞에서 모델들이 활짝 웃는 데 중국 행인들이 멍한 표정을 지은 사진들로 논란을 만든 사례를 전했다. 문제가 되자 당시 돌체앤가바나는 사진을 웨이보에서 내렸지만 별도 해명을 하지 않았다.

돌체앤가바나는 그러나 중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종차별 등 각종 논란을 여러차례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CNBC는 2015년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우리는 게이의 입양을 반대한다. 유일한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이라고 발언해 런던에서 반발 시위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13년에는 흑인 노예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귀걸이를 만들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