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가 없는 가짜 정신과 의사가 22년간 진료를 해온 사실이 밝혀져 영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외신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정신과 의사 행세를 해온 졸리아 알레미(56)가 사기 혐의로 5년형을 받으면서 관계 의료기관이 외국에서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3000명에 대한 정밀 검증을 벌이고 있다고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국 의사의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영국 일반의학위원회(GMC)에 따르면 알레미는 22년 동안 보건의료기관에서 치매나 정신과 환자를 진료했다. 그는 주변에 모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알레미가 1995년 영국으로 건너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에서 학위를 땄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알레미는 뉴질랜드를 포함한 몇몇 연방 국가에서 온 의대 졸업생에게 영국 의사 자격 시험과 엄격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의료법 조항을 악용해 의사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이 조항은 2003년 폐지됐다.
알레미의 범죄는 그가 2016년 영국 컴프리아 카운티의 해변 마을인 워킹턴의 치매 환자 클리닉에서 만난 84세 노인의 시가 150만달러(약 17억원) 부동산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지난달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드러났다.
이때 영국 지역언론 뉴스앤스타가 뉴질랜드 보건당국을 취재해 "알레미가 의사 면허를 취득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을 보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알레미는 1992년 의학 공부를 1년 만에 중단했고, 인간생물학 학위만 가지고 있다.
찰리 매시 GMC 대표는 성명문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악용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긴급 조사 전담팀을 만들어 경찰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에 심각성을 알리고 공조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