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입대 이틀 전 연평해전이 터졌어요. 천안함 사건은 데뷔 콘서트 날이었고요."

최근 5년 만에 정규 4집을 낸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

기타리스트 박주원(38)은 최근 5년 만에 낸 정규 앨범에 연평해전과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곡을 담았다. 제목은 '송 포 더 웨스트 시맨(Song for the west seaman)'. 서해 해군 병사들을 위한 노래라는 뜻이다. 희생된 해군 장병을 "서해 바다 위 피어난 꽃"으로 표현했다. 그는 "20대 초반이었던 2002년 해군병 473기로 입대했는데 연평해전이 터졌다"면서 "이병 때 내내 슬퍼하면서 근무했다"고 했다. 박주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잊히는 게 안타까웠어요. 나라 지킨 장병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두운 장송곡보단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집시 기타리스트'인 박주원은 2009년 데뷔했다. 아홉 살 때 클래식 기타를 잡아 날카로운 속주와 현란한 핑거스타일(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주법)이 장점이다. 때로 요염하게 때로 마초적인 연주로 서로 다른 세기의 현(絃)색을 면면히 꿴다. 최백호·이소라·임재범·신승훈·김범수·이승환·성시경·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이 협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곧 마흔 살이 되는 박주원은 30대를 보내며 자신에게 바치는 찬가를 타이틀곡으로 삼았다고 했다. '더 라스트 룸바(The last lumba)'. 그는 "무대가 일상 같았던 데뷔 초와는 달리 지금은 오늘의 무대가 늘 마지막인 것처럼 연주에 임하려 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선 대선배인 가수 윤시내(66)와도 함께 작업했다. '10월의 아침'이란 곡이다. 박주원은 "윤시내 선생님은 신곡을 200번 이상 듣고 새벽 2시에도 전달 사항이 생각나면 전화하시더라. 그 철저한 모습에 감동했다"고 했다.

박주원은 "서양 음악을 하더라도 한국인 기타리스트만이 낼 수 있는 색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신곡 '유라시아 익스프레스(Eurasia Express)'도 젊은 소리꾼 유태평양과 경쾌한 집시 기타 속주를 절묘하게 섞었다. "집시 기타는 멜로디는 구슬픈데 신나는 박자로 '유랑의 한'을 승화시키죠. 판소리의 '한(恨)'과 비슷하게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오는 2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박주원표 집시 기타'를 게스트 윤시내와 함께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