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조형래 기자]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에서의 SK 와이번스는 상대 타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재미를 봤다.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과 속도 등을 미리 예측해서 수비 위치를 적절하게 이동시켜 타구가 수비들을 빠져나갈 공간을 최소화시켰다.

그 결과 SK는 올해 116개로 최다 실책 부문 2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4.67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수비 시프트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밝혀낼 수는 없었지만 일단, 불안한 내야진으로 인해 실점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최소화시켰다는 추측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O리그에서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이 성적으로 연결된 사실상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롯데는 SK를 뛰어넘은 올해 수비 실책 1위 팀(117개)이었다. 절대적인 실책 수에서는 1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은 5.37로 SK와 차이가 컸다. 수비 불안이 투수진의 난조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자책점 4.56으로 이 부문 3위, 최소 실책 1위(86개)를 기록했던 롯데였다. 1년 만에 롯데는 수비에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고, 성적까지 직결됐다.

양상문 감독은 올해 롯데를 실패로 이끌었던 부분을 수비로 지적했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도 수비다. 새롭게 부임한 김태룡 수비 코치는 강도 높은 수비 펑고 훈련으로 내야진 수비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김 코치는 "기본과 함께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는데 선수들도 잘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훈련과 함께 수비력 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들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일단 올해 22개의 실책을 범한 외국인 내야수 앤디 번즈와는 결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신본기의 2루 전향 등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는 데이터 야구까지 접목할 생각이다. 기본적인 강훈련에 데이터까지 활용해 수비 확률을 극대화 시킬 복안이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랙맨 레이더' 장비를 도입했다. 트랙맨은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측정 시스템으로 타구의 발사각, 타구 속도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여기에 투수들의 속도와 수직, 수평 무브먼트, 회전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롯데는 부산 사직구장은 물론, 2군 경기장인 김해 상동구장에도 트랙맨을 설치했다.

현재 이런 데이터는 투수들과 타자들에게만 한정돼 있다. 그러나 트랙맨의 데이터를 투타에서만 활용하기엔 아깝다. 방대한 데이터를 여러가지 분야에 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 양상문 감독은 "사실 트랙맨 데이터가 수비에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트랙맨 데이터의 수비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태룡 수비 코치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이것이 단순한 타자 유형에 따른 기계적인 시프트만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수비 파트만 담당할 것이 아니라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투수, 배터리 파트와 협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코치는 "타자 유형에 따른 기계적인 시프트를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트랙맨을 통해서 상대 타자도 타자지만 우리팀 투수들의 구질, 회전력 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면서 "이 부분은 배터리 코치와 투수 코치 등과 상의를 하면서 앞으로 수비 위치와 시프트를 펼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직 설치 초기이기에 축적된 데이터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데이터의 활용과 응용으로 개선점을 찾고자 하는 롯데다.

세밀함이 떨어지는 부분을 한 번에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전체적인 세밀함을 보완하면서 결과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결과가 또 자신감을 얻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 롯데는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수비 개선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