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디자인과 흠잡을 데 없는 몸매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화려한 패션쇼를 무기로 전 세계 여성 속옷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했던 미국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과거의 명성을 잃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14일 얀 싱어 CEO는 매출 부진과 최고 마케팅 담당자(CMO)의 발언으로 불거진 불매 운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작년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 L브랜즈의 영업이익은 17억2800만달러(약 1조9500억원)로, 2016년 대비 15.9% 감소했다. 8등신 모델들이 섹시한 속옷을 입고 등장하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TV 시청자 수도 2013년 970만명에서 지난해 500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9일엔 에드 라젝 CMO가 패션 잡지 보그 인터뷰에서 "왜 트렌스젠더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풍만한 몸매의 모델)을 무대에 세우지 않냐"는 질문에 "그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보여주는 '판타지'의 본보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NYT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부진은 섹시함을 강조하는 브랜드 정체성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구글에선 '브라렛(와이어가 없는 편안한 브래지어)' 검색량이 빅토리아 시크릿의 대표 상품 '푸시 업 브라(가슴을 모아주는 브래지어)' 검색량을 제쳤다.
'뚱뚱하든 말랐든 내 몸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이 확산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때 빅토리아 시크릿의 열혈 마니아였다가 최근 애정이 식었다는 한 소비자는 "나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끼기 위해 반드시 납작한 배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