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44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남대서양에서 실종됐던 아르헨티나 잠수함 'ARA 산후안'〈사진〉호가 수색 종료 직전 극적으로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국방부는 17일(현지 시각) 산후안호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발데스 반도 연안의 907m 해저 협곡에서 선미 일부가 파손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지난 9월 수색 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해저탐사 회사 '오션 인피니티' 수색팀은 지난 15일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수색을 종료하고 아르헨티나 연안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날 5대의 무인(無人) 잠수정이 수중 음파탐지기로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던 도중 산후안호의 단서가 포착됐다. 수색팀은 다음 날 무인 잠수정을 보내 산후안호 동체를 확인했다. 올리버 플런킷 오션 인피니티 대표는 "마지막 날, 마지막 한 시간 동안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산후안호는 1985년 취항한 2336t급 잠수함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남미 대륙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마르 델 플라타 해군기지로 향하던 도중 환풍구 침수에 따른 전기 시스템 고장 보고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430㎞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구조작업 골든 타임은 일주일이었다. 실종 당시 잠수함에는 약 일주일치의 산소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항공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 칠레 등 18국에서도 해군 자원과 위성 수색을 지원했다. 음파탐지기를 설치한 8척의 배와 9대의 항공기가 침몰 의심 지역의 약 70%를 수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실종 8일째, 마지막 교신 직후 들린 수중 음파는 폭발음으로 밝혀졌다.

해군은 침수로 전기 배터리가 합선되면서 수소가 농축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실종 2주 뒤 결국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수색 작업을 계속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수색에 참여한 국가들도 지난해 말 대부분 철수했다. 미스터리로 남을 뻔했던 산후안호 실종은 결국 민간 수색업체가 해결했다. 오션 인피니티는 성공 보수금으로 750만달러(약 85억원)를 받는다.

산후안호를 발견했지만 인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907m 깊이에 있는 2300t 이상의 잠수함을 해상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유골을 해안가로 옮겨달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