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칭송위원회, 11일 만에 또 서울 도심서 '김정은 환영' 집회
광화문서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연설대회와 예술공연 진행
참석자들 "남북, 서로 고무·찬양해야"… '김정은' '문재인' 연호
"김정은 목소리가 참 좋다" "김정은 천리안 가진 것 아닌지" 발언도
보수단체들, 앞서 '김정은 우상숭배식 찬양' 국보법 위반 고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합니다!"
"문재인! 김정은! 문재인! 김정은! 환영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이하 백두칭송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또다시 집회를 열었다. 국민주권연대 등 좌파 성향 13개 단체로 구성된 백두칭송위원회가 지난 7일 광화문에서 결성 선포식을 연 이후 11일 만에 다시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가진 것이다.

백두칭송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50m쯤 떨어진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회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은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연설대회 ‘김정은’과 예술공연 ‘꽃물결’을 진행했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 회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연설대회에 참석했다.

단상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사진과 함께 지난 9월 남북 정상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을 때 김정은이 말한 "백두산 천지의 마르지 않는 물에 붓을 적셔 통일의 새 역사를 중단 없이 써 가자"는 구절이 백두산 천지 사진을 배경으로 걸려 있었다.

이 단체 회원 10명은 행사장 주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을 환영합니다’ ‘남북정상간 합의사항 이행으로 통일을 앞당기자’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단상 앞에 앉은 회원 5명은 한반도기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회원 4명은 ‘꽃’ 모양의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각각 ‘서울’ ‘방문’ ‘열렬’ ‘환영’이라는 글자를 볼에 써 붙였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 회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연설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김한성 공동대표 겸 백두칭송위원회 위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참석자들은 "환영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평양에서) 문 대통령이 환영을 받은 만큼 우리 국민도 서울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을) 환영하는 게 예의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설대회 ‘김정은’에는 대학생 4명과 일반인 3명이 나섰다. 홍익대생 구모씨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소리를 (올해) 신년사로 처음 듣고, ‘목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모습은 김 위원장의 본래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광운대생 이모씨는 "남과 북이 고무·찬양해야 통일이 잘 될 거라고 문익환 목사가 말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서울 방문을 모두가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대안대학 ‘청춘의 지성’에 다닌다는 최모씨는 "김정은 위원장은 화려한 언변가다. 천리안을 가진 게 아닌지 궁금했다"며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에는 인민들의 문제를 어떻게 주체적, 자립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민을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마음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김모씨는 "(김정은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남과 북을 갈라놓으려는 미국 때문이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미국의 힘을 압도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연설대회에 참석한 백두칭송위원회 회원.

학생들에 이어 연사로 나선 권오민 청년당 공동대표는 그룹 유리상자의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와 남북 정상회담 사진을 이용해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처음인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지 않죠/ 사랑이 오려나 봐요 그대에겐 늘 좋은 것만 줄게요"라는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 가사를 배경으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함께 서 있는 사진이 나왔다. 행사 참석자들은 "대박이다, 너무 잘 만들었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권 대표는 "서로를 고무·찬양하며 평화로 통일로 나아가자는 뜨거운 외침에 온 겨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연설대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문재인! 김정은! 문재인! 김정은! 문재인! 김정은! 환영합니다!"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예술대회 ‘꽃물결’에선 ‘시사정치풍자 개그 동아리 킥’이 단상에 올라와 ‘해리포터와 신비한 머글들’이라는 제목으로 야당을 비판하는 연극을 펼쳤다. 연기자들은 "분단된 한국이란 나라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답방하는데, 나경원이 발벗고 반대한다"며 "분단 적폐 나경원이라는 머글(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 능력이 없는 보통 인간)을 물리칠 수 있는 주문을 알려줄게. ‘발 닦고 잠이나 자’"라고 했다. 그리고 "홍준표는 볼드모트(해리포터에 나오는 악당)보다 더 싫다. 그 사람은 분명히 통일을 싫어한다"면서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물리치자. 주문은 ‘하나가 돼라’다"라고 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뒤이어 등장한 ‘늘해랑합창단’은 "옥류관 냉면 정말 맛날까 대동강 맥주 캬~"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고, 참석자들은 다 함께 박수를 쳤다.

권오민 청년당 공동대표가 준비한 영상. 그룹 유리상자의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와 남북 정상회담 사진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백두칭송위원회 행사에 앞서 오후 2시엔 같은 장소에서 반미단체 ‘평화협정운동본부’ 회원 10여명이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드 반대! 닥치고 평화협정!’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 13:20)’라는 글이 써 있는 현수막을 들었다. 회원들은 "제국주의 양키들을 몰아내자! 몰아내자!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인근 KT 본사 앞에서 ‘평화협정운동본부’ 회원들이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가장 왼쪽이 이적 목사다.

이날 평화협정운동본부의 ‘기도회’엔 이 단체 반미실천단장인 이적(61·본명 이만적) 목사도 참여했다. 그는 올해 7월과 10월, 인천에 있는 맥아더 동상에 2차례 불을 질러 경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이 목사는 "미국이 우리나라와 동맹이라면 마땅히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남북을) 영구분단 시키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는 일언반구 없이 오로지 북핵만 폐기하라는 과대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땅의 분단을 획책하는 미국의 죄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백두칭송위원회 공연을 지켜보면서 "잘한다"고 외쳤다.

백두칭송위원회 집회 현장에선 보수단체 회원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 ‘김정은 떠받드는 백두칭송위원회 규탄!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고 써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김정은을 혼내야지 어떻게 비호하느냐! 즉각 (행사를) 중단해! 김정은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 너희들은 반역, 이적 행위를 하는 거다"라고 외쳤다. 또 다른 보수단체 회원은 행사장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서 인공기를 칼로 찢었다.

백두칭송위원회는 지난 7일 회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은’을 연호하며 ‘결성 선포식’을 열어 논란을 빚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단체들은 최근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식 참가자 70여 명이 벌인 김정은 우상숭배식 찬양 집회는 국가보안법을 위반(찬양·고무 등)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 단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본은 성명서에서 "백두칭송위원회 회원들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거론할지 모르나 이들의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며 "결성식 당일 경찰을 비롯한 당국이 현장에서 이들의 반국가행위를 제지하지 않은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