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vs 'J뷰티'.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 'K뷰티'란 단어는 없었다. 일본 브랜드인 시세이도, SK-II, 슈에무라 등이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하며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특히 스킨 케어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강조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판도가 바뀐 건 2005년 등장한 'BB크림'과 2008년 첫선을 보인 '쿠션 팩트'가 메가 히트를 치면서다. '생얼 메이크업'의 원조로 꼽히며 한국이 스킨 케어의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바비 브라운, 랑콤, 샤넬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한국 스타일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촉촉(Chok Chok)'이란 단어는 K뷰티를 대표하는 공식 언어로 대접받았다. 영국 BBC는 최근 K뷰티 시장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슬을 머금은 듯 빛나는 피부를 뜻하는 촉촉이란 개념이 '물광 메이크업'을 꺼리던 서양 소비자들을 사로잡은데 이어 색조화장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K뷰티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유럽연합(EU) 수출 역시 2007년 771만유로(약 98억7800만원)에서 2016년 9249만유로로 9년 만에 12배 성장했다. 미국 시장에선 2009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2015년 2억1751만달러(약 2259억원)에서 2017년 4억1068만달러로 급증했다. 뉴욕 화장품 브랜드 '글로 레시피'의 사라 리 대표는 "세계 최대 뷰티 유통사인 세포라의 임원들이 '서울 뷰티 투어 코스'를 짜 달라는 요청에 한국 투어를 여러 차례 가졌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은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수입국 3위다.

그사이 J뷰티는 주춤했다. 비슷한 성분에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고가 제품들은 매대에서 조금씩 사라졌다. 클렌징 오일로 유명한 슈에무라는 지난해 영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한국보다 떨어진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의 화장품 대미 수출은 2017년 기준 1억7187만달러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J뷰티의 저력은 여전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잠자는 거인이었던 J뷰티가 드디어 눈을 떴다"며 "K뷰티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J뷰티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고 평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앞서 대대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시세이도는 해외 유명 브랜드인 나스, 베어 미네랄, 로라 메르시에, 세르주 루텐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그라치아 등 해외 패션뷰티 전문 매체는 "J뷰티가 '새로운 K뷰티'가 되고 있다"며 "아시아의 두 거대한 축이 세계 뷰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