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청년' 박보검이 책을 읽는다. 햇살을 받으며 읽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박준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tvN은 공식 트위터에 이달 말 방영을 앞둔 드라마 '남자친구'의 주인공 박보검이 책 읽는 사진을 올렸다. '가을 햇살 같은 문학 청년 박보검'이란 제목 아래 "도서관·버스 등 장소를 불문하고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 순수 청년"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남자친구' 의 박보검이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는 모습. 책에 빠져 사는 순수한 문학 청년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책을 읽는다. 여자 주인공을 벽으로 밀어붙이던 터프한 남자들은 이제 구식이다. 여성들이 거친 남자를 폭력적이라고 느끼면서 남자 주인공의 매력 포인트가 변했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나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도 드라마 속에서 책 한 권 읽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등장인물을 아예 책 읽기 좋아하는 역할로 설정한다.

KBS '최고의 이혼'의 등장인물 소개에서 주인공 조석무(차태현)는 고양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즐긴다.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옙스키. 아껴둔 나가사키 카스텔라와 함께 책을 읽으려고 2차 회식도 거절하고 집으로 달려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매력은 그 시대 대중이 생각하는 남성의 매력을 반영한다"면서 "예전과 달리 지적이고 개념 있는 남성이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석이 올린 SBS '사의 찬미' 촬영 현장.

사극도 예외가 아니다. tvN 월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백일의 낭군님' 주인공 원득이도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왕세자였지만 기억을 잃고 평민으로 살게 된 그는 장작도 못 패고 지게도 못 짊어져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남자'로 불린다. 그의 매력은 뜻밖의 시 낭송 배틀에서 드러난다. 그는 탐욕스러운 양반을 비판하는 시 구절을 읊어 여주인공에게 술 시중을 들게 하는 영감을 제압한다. "시 구절로 박 영감탱 콧대를 눌러버린 원득"이라는 영상 클립은 포털 사이트에서 13만회 조회를 기록했다. "여자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허세가 아닌 멋짐을 보여줬다" "문과 섹시란 이런 것" 등의 댓글이 달렸다.

내년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아예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 주연을 맡은 배우 이종석은 학창 시절 장르 문학으로 데뷔해 출판사 최초의 편집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역할. 이종석은 이달 말 방영되는 SBS 특집극 '사의 찬미'에서도 천재 극작가 김우진 역할을 맡았다. 그는 '사의 찬미' 촬영 현장에서 양복을 입고 손때 묻은 책을 읽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SBS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우진의 작품 세계를 조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연예인들이 책 읽는 모습을 인증 샷으로 올리고 소셜미디어에 책을 추천하면서 독서가 '힙한' 취미로 떠오른 영향도 있다. 이종석은 나태주의 시에 에세이를 곁들인 화보집을 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미안'과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를 앨범 모티브로 해 책 판매를 역주행시키기도 했다.

독서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이병헌과 변요한을 모델로 TV 광고까지 만들었다. 두 배우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요약·해설해주는 리딩북 제작에도 참여했다. 광고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120만회를 넘었다. 영상에는 "유튜브 광고를 검색해서 다시 보는 건 처음" "두 배우 덕분에 지성인이 되겠소" 같은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