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의 공유, '디어마이프렌즈'의 조인성,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 '주군의 태양' 속 소지섭…. 여심을 뒤흔드는 눈빛, 흠잡을 데 없는 패션을 선보이는 주인공이란 공통점 외에 교집합이 또 있다. 한 남성에게 발을 맡겼다는 것. 구두 전문 편집숍 '유니페어'를 이끄는 강재영(40) 대표다. 공유의 패션을 완성한 '알든'의 구두, 조인성과 현빈의 '파라부트' 등 유니페어가 해외에서 어렵게 골라온 수제화다. 드라마 속 캐릭터에 맞게 지극히 담백하거나 화려한 제품으로 발끝을 장식했다.
2008년 클래식 구두 전문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강 대표는 클래식 슈트와 수제화 마니아들이 반드시 찾는 '전문가들의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최근 청담동에서 열린 10주년 행사엔 마치 영화 '킹스맨' 시사회장인 듯 콜린 퍼스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온 남성들로 북적였다. 비밀 조직원 용어만큼 복잡하게 들리는 구두의 부위별 전문 호칭을 영화 대사처럼 자연스레 읊으며 서로 패션을 점검했다. 콜린 퍼스의 명대사 중 하나인 "옥스퍼드, 낫 브로그(Oxfords, not brogues)"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했다. 옥스퍼드화는 발등에 끈이 달린 클래식 슈즈의 정석이고, 브로그는 신발의 구멍 장식을 말한다.
본인 소장 신발이 500켤레가 넘을 만큼 신발 마니아인 강 대표는 "2010년을 전후해 클래식 구두가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남성 시장을 공략했다"면서 "지금은 마니아층이 두꺼워진 듯하다"고 했다. 구두 마니아로 알려진 가수 유희열, 배우 소지섭과 이규한 등이 유니페어를 찾는 '전문가급 연예인'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기본적인데도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자신의 실제 사이즈를 잘 모르는 것"이라며 "매장을 찾는 10명 중 7명은 충격 아닌 충격을 받고 간다"고 말했다. 발 모양 나무(라스트)와 자기 발 크기가 가장 비슷한 걸 골라야 한다. 무거운 구두를 꺼리는 이가 많지만 무게감이 있어야 발을 잘 잡아줘 오래 신으면 피로감이 오히려 덜하다고도 덧붙였다.
한때 유행했던 '검은 정장에 갈색 구두' 법칙도 실은 마케팅 요소가 깊었다고 지적했다. "검은 정장엔 검정 구두를 신는 게 정석이지요. 회색 정장에도 역시 검은 구두요. 짙은 갈색으로 화려한 시도를 할 수는 있지만 정답은 아닙니다."